“내가 더 오래 살았고, 변혁 더 많이 겪었다”…文 자서전 반박
“정상외교로 선박수출 촉진”…朴대통령에 전화걸어 “잘 대처하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소녀상 철거와 관계돼 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오후 부산 유엔공원 내 유엔기념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제 원칙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그런 내용이 돼야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곧 출간될 자서전에서 자신을 두고 “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쪽에 서본 적이 없고, 그런 노력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 데 대해 “제가 문재인 대표보다는 더 오래 살았으니까 한국의 그 많은 변혁을 더 많이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세계를 다니면서 그 어려운 일을 제가 훨씬 더 많이 경험하고 그 사람들을 위해서 더 노력했다”며 “약자의 목소리가 되고, 약자를 보호하고,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서 보호자 역할을 하고, 제가 얼마나 그런 일 많이 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좀…”이라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은 전시작전권에 대해선 “국가적인 프라이드(자존심) 이런 것으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나 지도자들이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특수 환경 하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안보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거고, 아마 영원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상황이 개선되면 우리 스스로 작전지휘권을 갖는, 이런 방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경상남도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이 회사 협력사 관계자들을 만나 “정상외교 등 외교적 채널을 통해 (선박수출을) 촉진할 수 있다”며 “혹시라도 제게 기회가 된다면 제가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제가 전 세계적 지도자들과 네트워크가 많다”며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세계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상외교로 침체에 빠진 조선 산업의 활로를 뚫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반 전 총장은 “군함 발주를 얘기하는데, 꼭 우리 군에서 쓰는 것도 있겠지만, 군함을 건조할 수 없는 나라도 많다. 필요한 데 제작을 못 하는 나라들”이라며 “그런 나라들에 대해선 외교를 통해서, 정상외교를 통해 얼마든지 (수출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저는 지금 아무런 직책이 없는 사람이니 여러분한테 약속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여러분의 말씀을 듣고 제가 앞으로 장래에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참고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만나서도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려는 노조의 노력을 제가 잘 안다”며 “그동안 정부 당국의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정책적 잘못이라든지 적폐, 이런 것도 이 기회에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대우조선해양 방문에 앞서 오전 10시께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 인사를 했다고 반 전 총장의 이도운 대변인이 밝혔다. 지난 12일 귀국 이후 나흘 만이다.

반 전 총장은 약 2분간 이뤄진 박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부디 잘 대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12일 귀국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10년간 노고가 많으셨다”며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셨다. 수고하셨고 축하드린다.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란다”고 했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