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치부장
대륙봉쇄령을 어긴 러시아에 분개한 나폴레옹은 1812년 45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로 쳐들어간다. 별다른 저항없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나폴레옹은 도시가 텅 비어 있는 것을 알고 의문을 품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곧바로 살을 에는 강추위가 찾아왔고, 병사들은 동상과 굶주림에 허덕이다 죽어갔다. 60전55승5패의 전쟁영웅 나폴레옹은 40만명의 희생자를 내고 패퇴했다. 이 전쟁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의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영국의 어느 신문은 나폴레옹을 물리친 장군은 ‘혹한’이라며 ‘general frost’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이를 일본작가 모리 오가이가 ‘휴우쇼군(冬將軍)’이라고 번역했고, 이후 우리나라에 유입됐다.

지난 15일 울산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8.7℃를 기록했다. 삼동은 영하 12℃까지 내려갔다. 그야말로 기세등등한 동장군이 찾아온 것이다.

동장군하면 2차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빼놓을 수 없다. 히틀러는 1942년 33만명의 군사로 스탈린그라드로 진격했으나 일진일퇴를 거듭하다 결국 겨울로 접어들면서 추위와 배고픔으로 9만명만 살아남은 채로 백기를 들었다. 이 전쟁은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스탈린그라드’ 등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모두 동장군에게 참패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무적의 러시아 동장군도 징기스칸에게는 힘을 쓰지 못했다. 징기스칸은 1380년 겨울 손자 바투를 앞세워 15만의 기마군단으로 모스크바와 헝가리, 폴란드까지 점령해버렸다. 이를 두고 몽골의 추위가 러시아 추위보다 세다는 말도 나왔다.

어쨌든 서로 껴안고 따뜻해지고 싶은 계절이다.

따뜻한 사람이 좋다면/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꽃 피는 얼굴이 좋다면/우리 겨울 침묵을 가질 일이다…겨울날의 희망(박노해)

이재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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