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장성운씨...정계석 서거 40주기 맞아
‘민주화의 중심에서’ 펴내

 

언론인 출신 장성운씨가 정계석 서거 40주기를 맞아 정씨의 평전 <민주화의 중심에서>(사진)를 집필 발간했다.

1934년 울산 북구 천곡동에서 태어났던 정씨는 20대에 농소면의원으로 출발해 민주당 시절 정해영 국회의원을 도우면서 야당의 길을 걸었다. 이후 엄혹한 군사정부 시절 울산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때마다 야당의 기수로 활동했으나 유신에 항거하다 고문을 당한 후 그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제1장 ‘정계석의 삶’과 제2장 ‘추모사’로 나눠진 이 책에는 대통령 부정 선거를 폭로하고 유신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른 그의 야당 활동이 자세하게 담겨 있다. 특히 책에는 정씨의 행적 외에도 해방 후 울산에서 야당 활동을 했던 오위영 국회의원을 비롯해 김성색·오민근·노재규씨 등 초기 울산야당 인사들의 행적이 자세히 기록돼 있어 울산야당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신민당 울산지구당 수석부위원장에 선출된 뒤 촬영한 정계석씨. 당시 위원장은 최형우 전 내무부장관이었다.

정씨는 1971년 7대 대통령 선거 때 방어진 제1투표구 참관인으로 개표과정을 지켜보았는데 이때 선거관리위원장이 공화당의 박정희 후보 표를 무더기로 투표함에 집어넣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폭로했다. 이 때문에 울산시민들이 시계탑 사거리에서 오랫동안 공화당의 부정 선거를 항의하는 데모를 벌여 박 대통령으로부터 울산의 부정 선거에 대한 사과를 이끌어냈다.

또 정씨는 유신이 일어났을 때 최형우·김기홍·심완구·이일성씨 등 울산 야당 인사들과 함께 계엄군에 연행돼 옥중 생활을 하면서 고문을 받았는데 결국 이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1977년 사망했다.

제2장 ‘추모사’에는 그와 야당 생활을 함께 했던 한화갑 전 평민당 총재와 최형우 의원의 부인인 원영일씨, 심완구 전 울산시장, 박대해 전 국회의원의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에서 한 전 총재는 정씨를 “신뢰할 수 있었던 야당 동지”라고 격찬했고 원 여사는 “남편 앞에서도 할 말을 했던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심 전 시장은 “정치 정도를 걸었던 선배”라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추모사에는 안도원·전규열·박승갑·박정태·심규화 등 그와 함께 야당 생활을 했던 20여 명의 글이 실려 있다.

 

장성운씨는 “의협심과 정의감이 강했던 정씨는 군사정부 시절 야당의 중심인물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는데 앞장섰지만 이런 활동과 성격 때문에 유신이 일어났을 때는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면서 “그동안 정씨를 비롯한 울산 야당 인사들이 바랬던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 이뤄졌지만 세월이 흐르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분들이 많이 타계하면서 이들의 업적이 희미해지고 있다.

▲ 제3대 농소면의회(1960년 개원) 회의록 표지와 회의록. 정계석씨가 26세에 제3대 농소면의원에 당선됐다. 현재 울산시의사당 1층 홍보관에 전시돼 있다.

그러나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민주쟁취를 위해 싸웠던 인사들의 숭고한 정신과 행동은 시간이 흘렀다고 잊혀서는 안 될 것”이라고 책 발간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편 장씨는 김인갑씨와 함께 60~70년대 울산 야당을 이끌었던 김재호 박사의 평전도 발간할 예정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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