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울산향교

▲ 울산향교 혈장은 산지로 둘러싸여 바람이 양명하고 온화하게 모이는 장풍국에 해당되며 입지는 평범한 선인이 책을 읽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으로 볼 수 있다.

향교지에 따르면 울산향교는 임진왜란 전에는 반구동의 구교마을에 있었는데 왜란으로 불타 없어지고 효종 3년 1652년에 현재의 교동자리로 옮겨 세워졌다.

백과사전에는 향교는 조선시대의 지방교육기관으로 1894년 고종 31년 이후 과거제도가 폐지되면서 이름만 남아 문묘를 향사(享祀)할 따름이어서 1900년에는 향교재산관리규정을 정하여 그 재산을 부윤·군수 등이 관장토록 했다. 향교에는 대성전과 명륜당이 있다. 대성전 좌우로는 동무(東廡)와 서무(西廡)를 배치하고 명륜당 좌우로는 동재와 서재를 배치했다. 대성전은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전각을 말한다. 공자를 중앙에 모시고 안자·증자·자사·맹자 등 4성(聖)을 좌우에 모셔 합사(合祀)한다. 명륜당은 고려시대 말기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유학을 가르치던 강당이다. 동무는 성균관이나 향교의 문묘(文廟)에서 유현(儒賢)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대성전 앞 동쪽에 세운 건물이며, 서쪽에 세운 건물은 서무라고 한다. 동재는 명륜당 앞의 동쪽에 있는 집이고, 서재는 서쪽의 집으로 동재 반대편에 있다. 동재 서재는 유생들이 거주하며 글을 읽는 공간이다’라고 돼 있다. 이렇듯 유학과 성리학에 능한 유생들은 향교의 터를 잡고 건축물 공간을 배치하는데 있어 풍수지리 개념을 도입한 흔적은 도처에 많이 나타난다.

문필봉 문수산 붓 끝에
태화강 물에 먹 갈고
태화들판을 종이 삼아
태화루에 앉아 글 쓰는
‘선인독서형’ 명당

울산향교의 주산은 함월산이다. 힘찬 기세의 영남알프스 가지산에 뿌리를 둔 고헌산 백운산 천마산 치술령 산과 연결된 함월산(200.6m)의 2차적인 정기는 함월루 정상에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난 후 두 지맥으로 갈라진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한 지맥은 울산기상대와 동헌을 거쳐 시계탑 사거리 부근에서 멈추고, 그 나머지 기운은 번영교를 통해 남구로 흘러간다. 서쪽으로 향하는 한 지맥은 향교혈장 우측의 백호 지맥으로 석유공사 대우푸르지오를 거쳐 마제스타워에서 멈춘다.

▲ 울산향교 명륜당. 조선시대 유학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쓰였다. 좌우로는 동제와 서제가 있다.

향교는 이 두 지맥에 둘러싸여 보호를 받는 바람이 안정된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향교혈장은 동헌으로 내려가는 중심지맥에서 한 가지 맥이 분지(分枝)하여 울산과학기술진흥센타, 수도공급시설, 현대빌라를 거쳐 문필봉(文筆峯)를 일으켜 향교 바로 뒤에서 작지만 기상이 빼어난 배산(背山)을 만들고 낙맥(落脈)하여 향교 터에 이른다. 청룡 산으로는 동헌지맥에서 향교 안산으로 갈라진 가지 맥에 해당 된다. 앞쪽으로는 태화강이 흐르고 학성공원의 신두산이 있으며, 강 너머로는 저두산, 남산 12봉, 문수산 등이 향교혈장으로 포괄적인 에너지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풍수지리 학문의 명당론에서 명당기운이 유지되는 혈장은 첫째 배산임수 지형에서 물이 흘러들어오는 기운을 받는 득수국(得水局) 조건이 되거나, 둘째 주변의 산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싸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로 표현되는 사신사(四神砂) 환포 지형에서 온풍을 만드는 장풍국(藏風局)의 조건이 될 때 만 가능하다. 여기서 득수국 명당은 평지와 만나는 산지 조건에서 혈장(穴場)을 향해 오는 강물이 혈 앞에서 모이는 물이 되었다가 돌아나가게 되며, 그 나가는 물길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 혈을 만드는 주산으로서의 배산(背山)은 환포형이 되어야 한다. 장풍국은 산지 조건에서 사신사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어 흐르는 계류수가 나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경우이다.
 

 

풍수적 명당기운의 조건에 부합된 울산향교 건물이 위치한 혈장은 주변여건이 평지보다는 산지로 둘러싸여 바람이 양명하고 온화하게 모이는 장풍국에 해당된다. 향교 주변 여건은 낮은 산지와 짧은 골짜기로 비가 오면 계류수가 형성되었다가 그치면 수량이 금방 줄어들 정도로 계곡이 깊지 않은 장풍국으로 분류된다. 향교의 출입구인 청원루 앞에서 만나는 명당수(明堂水)는 청룡과 백호지맥 사이로 흘러 태화강에 이른다.

향교 터는 주변 평지에 비해 50~70m 돌출된 지형의 경사지와 평지가 만나는 완경사지에 해당된다. 형세론적으로 분석하면 대성전 뒤에 바치고 있는 산 현무봉은 목성체로 솟은 모습이다. 풍수이론에 의하면 목성체는 인형(人形)으로 분류한다. 좌측의 청룡산은 가까이 있으며 혈장과 비슷한 높이로 펼쳐져 있는 경우, 서책의 기능으로 보는 것이 형국론적 측면의 해석 방법이다. 이러한 분석으로 향교 터 풍수지리 입지는 평범한 선인이 책을 읽는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으로 볼 수 있다. 조산으로 보이는 문필봉 문수산 붓 끝에 태화강을 따라 흐르는 물에 먹을 갈아 태화들판을 종이 삼아 태화루에 앉아 글을 쓰는 시인 묵객의 선비기운과 어울려 보인다.

▲ 강상구 대한풍수지리연구소, 풍수공학박사

향교는 조선시대 유교의 전통을 지키고 교육하는 기관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이나 일제강점기에도 슬기롭게 잘 유지되어 왔다. 앞으로도 향교가 어떤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현대인의 정신적 도덕관과 예절관이 침체되어 가는 일반 사회를 위해서 할 일은 많은 것 같다. 선인독서형 명당 울산향교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정신문화 지도사를 많이 배출하여 우리의 전통 정신문화의 뿌리교육 현장으로서 역할에 기대하는 사회적 관심은 크다.

강상구 대한풍수지리연구소, 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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