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연루자 발언 격하, 불편한 감정 표현
안종범 “대통령 지시, SK회장 사면 검토”

▲ 국정농단의 몸통 최순실씨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대심판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인물인 최순실씨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등 주요 연루자들의 발언을 격하하며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표현해 입방아에 올랐다.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는 자신과 관련한 각종 비위를 폭로한 사람들을 가리켜 “걔네들”이라고 표현하며, 특히 “고씨의 발언은 신빙성이 없어 관련 대답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영태씨가 증인에게 평소 현 정권을 비판하는 사람을 알아보라고 지시받은 적 있다고 한다’는 질문에 “고영태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2014년에 의상실을 촬영한 것으로 봐 계획적으로 모든 일을 꾸몄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최씨는 이외에 고씨의 진술을 인용해 의상실 운영비용 등을 지불했느냐는 질문에도 재차 “고영태 진술은 신빙성이 없고 계획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고씨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노승일 부장, 류상영 더블루K 부장 등에게도 ‘걔네들’이라고 지칭하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최씨는 ‘SK로부터 추가로 돈을 받아내기 위해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 등에게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걔네의 기획에 불과하다. 걔네가 기획해서 전부 저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너무 억울하다”고 답했다.

‘걔네’가 구체적으로 누구냐는 질문에는 “고영태, 류상영, 노승일, 박헌영 등”이라고 꼭 집어 말했다. 이들이 계획적으로 자신을 모함했다는 취지다.

반면 박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대통령께서”라고 언급하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몇몇 일화를 들어 박 대통령과의 수십 년에 걸친 개인적 인연을 소개해 새삼 눈길을 끌었다.

최씨는 또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출입 목적은 ‘대통령의 개인적 일’ 때문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자주 출입했느냐’라는 물음에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최씨는 방문 목적을 묻자 “대통령의 개인적 일을 도와드리기 위해 들어갔다”고 대답했다. ‘개인적 일’의 의미를 묻는 말에는 “사생활이라 말씀드리기가 좀…”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최씨는 평일과 주말에 각각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도 가장 최근에 청와대를 출입한 것이 언제였느냐는 이정미 재판관의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반응했다.

이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섰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최태원 SK회장의 사면을 검토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그는 이어 “김창근 회장은 프라자호텔에서 만나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부탁했다고 진술했는데 기억나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제가 (사면 부탁에 대한)대답은 안 한 것으로 기억한다. 사면은 제 소관사항이 아니었고, 그런 얘기 들으면 답변 안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 회장이 최 회장의 사면을 안 전 수석에게 부탁한 사실을 통해, 박 대통령의 최태원 회장 사면 검토 지시가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증언으로 해석된다.

안 전 수석은 또 “김창근 회장으로부터 2015년 8월13일 ‘안종범 수석님 SK 김창근입니다. 감사합니다. 하늘같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은 적이 있으냐”는 질문에 “조사과정에서 (문자를 받은 사실을)기억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피청구인(박 대통령)이 특별사면 사실을 미리 SK에 알려주라고 해 김창근 회장에게 알려주고 받은 문자’라고 검찰에서 진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랬던 것 같은 기억이 나서 진술을 했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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