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에 경기침체 겹쳐 소비 위축

울산농수산물시장도 썰렁

▲ 16일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에 설 명절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조선업 구조조정과 경제 불황으로 울산 지역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처음 맞은 명절인 설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기침체까지 겹쳐 유통업계의 사과, 배 등 선물용 박스과일 소비도 저조하다.

16일 취재차 방문한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은 영하로 떨어진 날씨 탓에 손님들의 발길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명절 장을 보러왔다는 한 60대 주부는 “경기가 어려워 많이는 못 사고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시국도 혼란스럽고 전반적으로 지역 경기가 침체돼 있다 소비위축을 걱정하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높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 20여 년 째 장사를 해왔다는 한 상인은 “손님들도 곧 명절 인데다 식재료는 안 살 수 없는 품목이라 구매 수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손님들이 지갑이 두둑하면 구매력도 높아지고, 물가도 크게 비싸다고 느끼지 않을 텐데 경기가 어렵다 보니 체감 물가가 더 올라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울산시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설 명절이면 평소대비 과일·채소 물량을 평소 대비 3배 가까이 확보해 놓는데 올해는 명절 분위기가 워낙 다운돼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계획 중인 물량을 줄여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근 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의 체감 심리도 비슷했다.

한 상인은 “매년 이맘때면 제수용 생선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북적거려야 하는데 물건을 들여놔도 사람들이 통 사러 오질 않는다”며 “요즘엔 다들 식구도 적은 데다 차례상을 사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수용 생선도 예전만큼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초부터 16일까지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경락가격을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한 결과 대체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가을부터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진 무와 당근, 호박류, 양배추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무(특 20kg)는 지난해 6477원에서 1만6000원으로, 당근(특 20kg)은 지난해 1만2917원에서 6만원으로 각각 3배 넘게 올랐다. 이는 무와 당근의 주산지인 제주와 남해안의 태풍 피해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정혜 수습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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