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울산, 교육정책 패러다임 바꾸자](중)‘교육1번지’찾아 울산 떠나는 초·중학생들

▲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성적이 우수한 학생 중 상당수가 ‘탈울산’을 고심한다. 지역의 정주여건과 도시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우수인재들을 고스란이 타지역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울산형 명문학교 육성방안을 세워야한다는 지적이 높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6학년 딸 아이를 둔 최모(여·43)씨는 내년에 남편만 울산에 남겨두고 아이들과 함께 대구지역의 ‘교육1번지’로 통하는 수성구로의 이사를 계획중이다. 의사와 외교관이 꿈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일찌감치 고등학교 입학전에 학업환경이 나은 곳에서 공부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에서 울산공장으로 발령받은 50대 한 회사원은 고민을 거듭하다가 가족들과 생이별을 선택했다. 울산의 교육여건이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5년 한해에만 360명 유학길
울산 중학교 학력수준 전국 최상위
교육환경은 기대 이하 탈울산으로

공교육의 인프라 강화 마련돼야
타지역 사립학교 시스템 도입 고려
경험·노하우 가진 전문교원 확충도

◇울산 초·중학생 기초학력 좋은데 왜 떠나나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조금이라도 성적에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탈울산’을 고심한다. 지난 2015년 한해에만 360명 정도의 학생들이 울산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을 정도다. 최근 몇년새 기초학력이 전국 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학력향상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왜 이런 교육기피 현상이 끊이지 않을까.

울산의 중학교 학력수준은 전국 최상위권이다. 중3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보통학력이상’이 2014년 81.1%로 전국 2위, 2015년 80.9%로 전국 1위, 2016년 86.4%로 1위를 기록했다. 고2를 대상으로한 같은 평가에서의 ‘보통학력이상’이 2014년 90.2% 전국 5위, 2015년 88.9% 전국 3위, 2016년에는 91.7%로 전국1위를 달성했다.

울산지역 학업중단 학생수가 2013년 1236명에서 2014년 922명, 2015년 758명으로 감소추세지만 거의 매년 700명 이상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난다. 과거에는 이같은 학업중단 원인이 가정형편, 성적문제 등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서는 진로·진학, 특기 및 적성, 교육내용, 엄격한 학교규율 등 현행 공교육에 대한 불만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학력은 향상되는데, 교육환경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학생 탈울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교육계 안팎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국제중고교, 특목고와 자사고, 전문 진로컨설팅 등 하드적인 부분에서부터 일선학교의 학생 중심의 자율성 교육부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결과로 분석된다.

◇전국구 명문학교 육성, 공교육 체질강화해야

결국 지역의 정주여건, 도시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우수인재들을 고스란히 타 지역에 빼앗기고 있는 모양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울산형 ‘교육1번지’라고 자부할 수 있는 명문학교 육성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울산 교육도 단순한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고 과감하게 미래형 학생특성에 맞는 맞춤식 교육으로 새판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국·공립학교 비율이 높은 울산은 광주와 대구지역 몇몇 공립학교가 공부잘하는 사립학교의 공부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 학력향상에 나서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잘가르치는 교사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교사들에게 수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학업분위기 조성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특히 다변화되는 입시전형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수시 70%에 맞춘 내신향상 및 학업역량 강화방안이 필요하다. 최근들어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내신성적을 잘 받기 위해 특목고나 자사고 대신 일반계고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중하위권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면서 자퇴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과제다.

지역교육 관계자는 “울산 학생들이 타지로 빠져나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궁극적으로 교육인프라 부족이다. 학교의 경쟁력은 교원의 자질과도 직결된다. 오랜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교원 확충에 교육계가 모두 노력해 스타 교사와 스타학생을 울산형 교육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형중기자 leehj@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