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현행 건강보험(의료보험)제도는 지난 77년 처음 도입된 이후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해 왔다. 사회보장 시스템이 빈약한 우리실정에서 나름대로 요긴한 복지장치로서 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일부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20여년간 유지돼온 이 제도가 요즈음 재정파탄으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실시한 의약분업이 의보 재정파탄의 주요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무리하게 추진한 의약분업의 정책 실패를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드문 의사들의 집단파업 사태로 환자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던 의료대란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주요 국가정책의 실패에 대해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가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넘겨버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 정책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잘못이 어디에 있는지 따지는 것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잘못의 원인을 파헤쳐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훈을 삼자는 것이다. 의보재정 파탄의 경우 피해의 규모나 파장에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형 정책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원인을 제공한 의약분업 실시 과정에 있어서 대통령이 허위보고로 인한 잘못을 개탄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개혁은 기존 질서나 제도의 틀을 뜯어 고쳐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 당연히 기존 제도의 문제점과 잘못을 깊이있게 분석하고 성과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순서다. 개혁의 부작용과 피해를 사전 진단하고 이를 방지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준비되지 않은 의약분업"이 의보재정 파탄을 초래했다.  의보재정난을 이토록 급속하게 악화시킬 요인이 있고 위험이 예상됐다면 대비책을 세우고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는가. 몇 달 사이에 금방 문제가 터질 일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채 정책을 세우고 시행했다면 중대한 과오가 아닐수 없다. 국민들이 실망하고 개탄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의약분업의 정책결정 과정에참여한 모든 당정 기관과 관계자들에게서 발생한 오류를 찾아내고 책임을 따져야 한다 그리고 책임자는 문책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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