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덴마크 등 북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 출신 관광객이 늘면서 이곳에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치기 등 각종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북유럽 국가에 입국한 난민이나 불법 입국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데다가 아시아인 관광객은 ‘현금을 많이 소지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범죄자들의 ‘주요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범죄자들은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친근감을 표시하거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등 관광객들의 주의력을 ‘무장해제’시키는 다양한 수법으로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범행을 저지르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북유럽에 있는 공관들은 당부했다.

북유럽의 재외공관들이 주재국의 관련 당국에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나 나라마다 공권력의 범죄예방 및 단속 능력은 크게 미미하다는 평가다.

 

◇왜, 한국인이 먹잇감이 되나

최재철 덴마크 대사는 지난 13일 덴마크 경찰청장을 만나 덴마크에서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관광객을 겨냥한 소매치기 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덴마크 당국이 범죄예방에 각별히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덴마크 대사관 관계자는 18일 “그동안 한국인 관광객 사이에선 서유럽이나 남유럽보다 북유럽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 더욱 피해를 키워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북유럽에도 난민이나 불법 이민자들, 동유럽 출신 이주자들이 크게 늘면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유럽 범죄자들 사이에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관광객들은 현금을 많이 소지하고 여행하는 ‘현금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시아 관광객을 주된 표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 대도(大盜)도 손발 다 들게 하는 교묘· 첨단화된 수법들

범죄 수법도 다양하다.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인 관광객들의 피해사례를 보면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첨단화되고 있다”면서 “여행자들의 들뜬 기분이나 동정심을 악용하고 현지 실정을 잘 모르는 점을 노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스웨덴 대사관은 이를 △허그 트릭 (The Hug Trick) △스필 트릭 (The Spill Trick) △노트 트릭(The Note Trick) △코드 트릭(The Note Trick) 등 4가지로 분류했다.

허그 트릭은 : 낯선 사람이 다가와 친밀감을 표시하며 껴안거나 담뱃불을 빌리면서 주의를 빼앗는 사이 소매치기를 하는 수법을 말한다.

또 스필 트릭은 크림이나 케첩 등을 옷에 흘린 후 닦아주는 척하면서 귀중품을 훔쳐가는 수법을 일컬으며 노트 트릭은 식당이나 카페 등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다가와 휴대전화 등 귀중품 위에 지도, 신문 등을 올려놓고 위치를 물어보는 등 도움을 청한 후, 피해자가 도움을 주기 위해 설명하는 동안 귀중품을 가져가는 수법이다.

코드 트릭은 가게의 계산대나 현금인출기 등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옆에서 관찰한 후 기회를 엿보아 카드를 훔쳐서 도용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는 수법을 말한다

여기에 ‘가짜 경찰 행세’까지 더해진다.

대개 2~3인조로 구성된 범인들이 양복을 입고 관광객에게 접근한 뒤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고 한눈을 팔도록 한 뒤 돈을 훔쳐가는 수법이다.

 

◇어떻게 해야 ‘범죄의 희생양’ 면할까

전문가들은 관광객 스스로 주의하는 길이 최선이라고 지적한다.

먼저 ATM(현금 자동 인출기)이나 기차 티켓을 구매하는 기계 등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반드시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를 살피고 카드 비밀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손으로 가리고 눌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천카페나 식당에서 낯선 외국인이 다가와 시선을 끄는 행동이나 말을 걸 때 자신의 짐과 귀중품이 어디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호텔 조식 뷔페를 이용할 때는 동행인이 있을 경우엔 한꺼번에 음식을 가지러 가지 말아야 하며 혼자일 경우엔 짐을 간소화해 스스로 자신의 짐을 챙겨야 한다고 공관 관계자들은 당부했다.

렌터카를 이용할 경우 주차 시에 차 안에 귀중품이 든 가방을 남겨두지 말아야 하며 부득이 한 경우엔 트렁크에 넣어두도록 습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뿐만 아니라 의심스러운 경찰이 접근했을 경우엔 경찰 신분증을 우선 보여달라고 요구한 뒤 경찰인지를 확인하고 나서 지시를 따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

노르웨이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위기 상황별 대처 매뉴얼(도난/분실)’을 안내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사관 측은 “뒷주머니에는 절대로 지갑을 넣지 말고 바지 앞주머니나 코트 안주머니에 넣는 것이 안전하며 가방을 가지고 걸을 때는 어깨로부터 가슴에 가로질러 ’X자‘로 매야 한다”면서 “ 모르는 사람이 시간이나 길을 묻는 등 말을 걸어 올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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