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국이 수출과 환율 문제에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18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신용정보원, 금융연수원, 국제금융센터, 한국금융연구원의 공동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임 실장은 ‘2017년 경제여건과 금융산업 과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미국 신정부가 국내에 직·간접적으로 원화절상 압력을 가할 경우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원화절상이 우리나라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를 통해 수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작년 4월 한국을 환율 조작과 관련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미국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대미(對美)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한 경상흑자,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 매수 개입 등 3가지 기준 가운데 2가지를 충족한 국가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302억 달러 수준이고 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은 약 7.9%다.

또 임 실장은 미국 신정부 출범으로 신흥국들이 빈번한 자본유출입과 환율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다며 “신흥국 통화는 미국·중국 간 통상마찰 격화, 환율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약세 요인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통상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는 너무 강하다”며 “미국 기업들이 그들(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영향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원 급락한 1,162.5원에 개장하는 등 원화 가치가 상승했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폐지가 추진되면 한국의 수출 타격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임 실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보호무역, 지역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경제와 관련해선 잠재성장률이 고령화, 생산성 정체 등으로 3%대 초반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경기순환 국면이 작년 하반기 정점을 지났고 이제 수축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2.7%)보다 낮은 2.5%로 전망됐다.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 종료 등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2.2%에서 올해 1.4%로 낮아지고 건설투자 증가세도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임 실장은 올해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험(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국내 시장금리 상승이 추세적으로 현실화할 경우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수익성 및 건전성 악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60% 이상이 변동금리 대출인 만큼 앞으로 코픽스 금리에 따라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임 실장은 금융사 경영진, 규제당국, 시장참가자 등 금융산업의 모든 당사자가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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