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세계3대 교향악단에 들어가는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842년 빈 국립오페라극장 악장이었던 오토 니콜라이(1810~1849)가 지휘하는 빈 궁정오페라하우스 관현악단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서 그 명성과 음악적 실력은 세계 음악팬들의 가슴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빈필의 특징은 상임 지휘자가 없다는 것이다. 교향악단은 원래 지휘자에 의해 음악이 결정되고 표현되는 것이 보통이나 빈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단원들이 한 지휘자의 색깔보다는 단원 개개인들이 음악의 주체가 되는 고유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빈필이 음악회를 하는 동안에 지휘자가 없다는 뜻이 아니고 보통 하나의 연주에 객원 지휘자를 초빙하거나 1년 동안 계약지휘자를 두고 1년을 꾸려 나가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빈필의 가장 특징적인 음악회는 매년 1월1일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하는 신년음악회다. 이 신년음악회는 전 세계 90개국으로 중계되어 5000만명의 시청자가 함께 관람하는 스포츠 중계 못지않은 지구촌의 가장 유명한 새해맞이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빈필의 신년음악회 역사는 1939년에 시작됐다. 전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속에 삶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것이다. 당시의 연주곡이었던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경쾌한 음악이 지금까지도 전통적으로 연주되며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등 다양한 레퍼토리와 함께 기쁨이 넘치는 새해를 맞이하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수많은 유명 지휘자들이 빈필 신년음악회를 지휘해 왔다. 올해 2017년 빈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봉을 잡았다. 빈필 75년의 신년음악회 역사상 최연소 지휘자로 선정된 베네수엘라 출신의 두다멜은 젊지만 세계 최고의 지휘자로 우뚝 서 있다.

다른 교향악단도 매년 신년음악회를 갖는다. 하지만 빈필의 신년음악회와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한다. 음악팬들은 빈필 신년음악회 중계를 봐야 그야말로 새해가 밝았다고 실감할 정도로 전 세계가 집중한다. 그동안 한스 리히터, 구스타프 말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빌헬름 푸르트 벵글러 등 최고의 마에스트로들이 지휘봉을 잡았고 빈필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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