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울산강동바다의 짭쪼름한 맛, 미역

 

해맞이를 하며 의미 있는 한해살이를 해보자고 다짐하던 정유년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지났다. 한겨울인데 늦가을 날씨 같아 집에만 있기 아깝다는 생각에 연초 다짐한 것도 있어 남목 역사누리 길 탐방에 나섰다. 시내버스를 타고 남목에 내려 시장을 지나 아파트 단지 내 소공원에 가면 안내판이 있어 쉽게 역사누리 길로 들어 설 수 있었다. 산길을 오르며 숨이 차기 시작할 쯤 나지막한 돌담을 끼고 돌아 산등성에 오르니 남목마성이란 표지판이 나왔다. 마성은 말이 뛰어넘지 못하게 둘레를 돌로 쌓은 담장이다. 조선시대 200여 곳의 목장 중 관목관을 파견해 관리한 아홉 곳 중하나로 효종 2년 울산읍지 기록에 남아있으니 350년 전 세월 저쪽에 이미 이 자리에 자리하고 있던 구조물이다.

점액질 알긴산이 체내 중금속 배출 돕고
요오드 성분은 갑상선호르몬 생성에 일조
다양한 조리법은 사계절 음식재료로 적합

마성을 뒤로하고 봉수대를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내심 아기자기한 산길을 기대했는데 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도로에 시멘트 포장길이다. 중간 중간 야생화 이름이 적힌 표지판을 보며 ‘꽃피는 봄이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30여분쯤 걸어 봉호사란 절이 있고 곧바로 ‘돌덩어리로 어쩜 저렇게 반듯하고 동그랗게 쌓을 수 있을까’ 싶은 봉수대가 나왔다. 조선시대 세조 때 세워진 것으로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곳과 교신하던 군사 통신시설이다. 봉수대를 뒤로하고 망양대를 향해 걷다 만난 붉은 동백꽃은 한겨울 속 이색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기에 충분한 볼거리다. 망양대는 바다를 바라보기 좋은 곳이란 뜻으로 동해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역사누리 길을 뒤로하고 40여분을 걸어 주전 가족휴양지로 내려왔다. 버스에서 내려 3시간여를 걸은 끝이라 피로감이 들었지만 내친걸음에 몽돌해변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해안 길을 걷다 시래기코다리찜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지역 특산물을 물어보니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인 자연산 돌미역이란다.

미역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주로 채취되며 이 시기에 가장 맛이 좋다. 미역 속에는 칼슘, 마그네슘, 단백질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뼈를 튼튼하게 해주며 갱년기 여성의 경우 골다공증 예방과 어린이의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 철분과 엽산이 풍부해 빈혈예방에 좋다. 100g만 섭취해도 하루 권장량의 철분 섭취량을 얻을 수 있어 우리 몸의 피 생성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산후조리의 대표 식재료다. 미역의 끈끈한 점액질 성분은 알긴산인데 이는 체내에 쌓인 중금속 등을 체외로 배출해주는 효능이 뛰어나다. 요오드는 아미노산과 합성해서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준다. 갑상선호르몬은 혈관과 심장의 활동을 도와주고 땀과 체온을 조절해서 신진대사를 증진시켜 준다.

미역은 겨울철 생굴을 넣어 끓인 굴미역국, 봄철 된장을 풀어 끓인 미역장국과 들깨를 넣고 끓인 들깨미역국, 여름철 오이와 함께 어우러진 미역냉국, 사계절 어느 때든 소고기를 넣고 끓인 소고기미역국 등 단체급식에서도 빼 놓을 수 없는 음식재료다. 미역국이 나가면 ‘오늘 내 생일인데 잘 먹었다’는 소리를 꼭 듣는다. 미역은 국 뿐만 아니라 비빔밥의 고명이나 미역줄기볶음 등 반찬으로도 호불호가 없이 인기 만점이다. 특히 요즘이 제철이라 물미역에 무채를 썰어 넣고 초무침을 한 반찬은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한다. 가정에서도 1년에 한번쯤은 음미하는, 별미중의 별미 과메기도 물미역에 싸먹는다.

▲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주전은 잘 가꾸어진 어촌이다. 맨손 채취 체험장은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풍경도 절경이고 시설도 좋다. 자연산 돌미역 산지란 생각에 은근 미역을 말리는 어촌 풍경을 기대했는데 자연산 미역 채취 시기는 음력 8월 경이라 지난 가을 이미 지나갔다. 지금은 어촌 마을 풍경보다 펜션과 커피 전문점의 화려한 자태가 볼만하다.

짧은 해걸음에 어스름이 밀려올 때 쯤 몽돌해변에 닿았다. 지난 여름 북적였을 해변은 갈매기 차지다. 주말 대여섯 시간을 할애해 지역 역사유적과 특산물을 알아 본 하루에 감사하며 뿌듯함이 밀려왔다. 커피 한잔을 사들고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하늘보다 더 파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망중한의 여유가 너무 좋았다.

윤경희 현대그린푸드 현대자동차 메뉴팀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