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문복산(하)

▲ 문복산(文福山)이라는 이름은 문복이라는 사람이 이 산에 들어와 수행한데서 연유됐다. 도(道)의 단계에 도달했던 문복을 높이 평가해 후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른 것이다. 바위면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서쪽으로 비슬산과 북서쪽 팔공산, 경주 토함산과 단석산의 능선까지도 선명하게 조망된다.

너럭바위를 뒤로 한 채 진행방향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운문령에서 이어지는 능선길, 돌탑이 있는 삼각점에 도착한다.

이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문복산의 명물인 드린바위(일명 코끼리바위)와 동쪽으로는 낙동정맥이 이어져오는 단석산, 백운산, 고헌산까지 조망 된다.

돌탑삼거리 분기점에서 왼쪽으로 2~3분 거리에 있는 헬기장을 거쳐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곧바로 문복산(1014.7m) 정상에 오른다.

문복산(文福山)의 지명 유래는 이렇다. 문복이라는 사람이 이 산에 들어와 뼈를 깎는 고행으로 평생 한 자리에서 수행하였다. 콩 한 알로 하루를 지냈고, 죽 한 그릇으로 열흘을 지내는 등 도(道)의 단계에 도달했다. 사람들은 그의 경지를 높이 평가해 그가 죽은 뒤 그의 높은 도의 경지를 기리는 뜻에서 산 이름을 문복산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고행자 문복의 이름에서 산 지명 유래
정상에 서면 영남알프스 북쪽사면 보여
날씨 좋은날에는 경주 토함산까지 조망
수십명이 동시에 앉을수 있는 마당바위
하늘문바위 통천문의 열린동굴 등 유명

정상에 서면 영남알프스 북쪽사면의 경관이 거의 다 조망이 된다.

동쪽에는 고헌산과 백운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가지산과 운문산의 위용이, 서쪽 발아래는 수리덤 계곡과 심원계곡이, 북쪽으로는 서담골봉과 조래봉(대부산)이 자리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서쪽으로 비슬산과 북서쪽 팔공산, 경주 토함산과 단석산의 능선까지도 선명하게 조망 된다.

이렇게 정상에서 마음껏 눈의 호사를 누린 뒤에는 하산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 타고 간 차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여러 곳으로 자유롭게 하산 길을 잡을 수 있다. 하산은 원점회귀나 운문령 방향을 주로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 하늘문바위.

도상거리로는 정상에서 운문령 5.4㎞, 마당바위 경유 삼계리 4㎞, 대현3리마을회관 3.5㎞이다. 또한 북쪽으로 산행을 이어가려면 서담골봉(도수골 만댕이) 2.2㎞를 경유하여 심원재를 거쳐 옹강산까지 이어갈 수도 있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이정표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마당바위와 하늘문 바위를 거처 삼계리로 내려가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출발 지점부터 약간의 내리막길이 시작되고 10여분 뒤 마당바위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오른쪽은 수리덤 계곡, 왼쪽은 개살피 계곡, 직진은 마당바위 방향으로 나뉜다.(문복산 0.8㎞, 마당바위 0.3㎞, 삼계리 3.2㎞)

조금 뒤 마당바위에 도착한다. 마당바위는 수십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바위다. 길이가 40여m, 너비가 10m정도 되는 펑퍼짐한 바위로 마치 집 마당처럼 생겼다.

▲ 하늘문바위 위의 소나무.

마당바위 위에서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해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각설이타령으로 한바탕 여흥을 즐겨보기도 한다.

바위 위에 서서 개살피 계곡을 내려다보면 막막궁산(莫莫窮山)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온 산이 쓸쓸하고 고요하며 깊은 겨울잠 속에 빠져있는 것 같다.

마당바위를 지나면 잠시 후 하늘문바위 통천문(通天門)에 도착한다. 길 왼쪽으로 하늘문바위 동굴이 좌·우로 열려 있다. 능선을 기준으로 왼쪽은 개살피 계곡, 오른쪽은 수리덤 계곡이다.

동굴의 안을 통해 바라보이는 반대쪽 풍경은 하늘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필자의 눈에는 건너편 고요 속에 잠든 개살계곡의 능선만이 보일 뿐이다.

그 옛날 이 기슭에 기거하면서 평생 도를 닦았다는 문복이라는 도사는 이 통천문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을까. 공자의 삶의 지론인 안빈낙도(安貧樂道)였을까.

▲ 문목산 마당바위 경관.

필자는 산행을 하면서 종종 이양하(李敭河, 1904~1963) 선생의 수필 ‘나무’를 떠올려보곤 한다.

‘나무를 머릿속에 그려보며 통천문바위 위를 올려다본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바위틈에 홀로 외로이 서서 수십 년 세월을 살아온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소나무는 고고한 자태를 지녔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태풍이 몰려와도 아무리 가뭄이 들더라도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도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여 있는지 말하지 아니한다. 등성이에 서면 햇살이 따가울까? 골짜기에서면 물이 좋을까?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로 스스로 족한다.’(이하 생략)

하늘문바위를 뒤로 하고 아래로 발길을 돌리면서 바위틈에 끼여 아무런 도움 없이 척박하게 살아가는 나무를 생각한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의 덕을 깨닫지 못한 나 자신의 모습을 반성도 해 보지만 하산을 하면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음에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조금 뒤 무명봉(814m)을 지나 첫 번째 헬기장에 도착한다. 길은 완만하면서도 낙엽이 잔뜩 쌓여 있다.

▲ 하늘문바위 동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끝에 스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산행 내내 귓전에 맴돈다. 개살 계곡에서 무예를 연마했을 신라화랑들의 정령(精靈)의 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느 이름 모를 병사들의 함성처럼 들리기도 한다.

잠시 후 두 번째 헬기장에 도착한다. 이때부터는 약간의 경사 길에 접어들고 30여분 뒤면 삼계마을 부근에 다다른다. 삼계마을 일대는 신라화랑들이 심신을 연마하던 곳이다. 여름철에는 계곡산행을 병행한 물길 산행을, 가을철에는 단풍이 만학천봉을 이루는 단풍 산행을, 겨울철에는 해발 1000m이상의 설경에서 능선을 따라 걸으며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또한 하산 후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지산 온천에서 지친 피로를 풀 수도 있다.

◇산행 경로

삼계마을 → 개살피 계곡 → 가슬갑사 유허비 → 개살피골 삼거리 이정표 → 문복산 서·북릉 갈림길 → 너럭바위 → 문복산 정상 → 마당바위 삼거리 → 마당바위 → 하늘문 바위 → 통천문(通天門) → 1·2번째 헬기장 → 삼계마을(약 4시간30분)

◇찾아가는 길

△승용차: 울산~언양~궁근정~운문령~삼계리(삼계2교)

△시외버스: △언양~운문사 행(동곡, 경산, 남대구로 가는 시외버스가 운문령을 넘어간다) 삼계리 하차(오전 9시·10시30분, 오후 1시·3시40분·6시40분) △운문사~언양시외버스터미널 행 삼계리 칠성슈퍼 하차(오전 7시30분·9시5분·11시30분, 오후 2시40분·5시30분)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먹거리와 숙박

△운문산 자연휴양림(관리사무소 054·371·1323, 경북 청도 운문면 763) 이용시간 당일 오후 3시~익일 낮 12시 △삼계리 길 주변에 포장마차 형태 음식집과 가든이 즐비하게 들어서서 영업 중이다. △별장가든 010·8598·8705.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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