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꺼내 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일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북한이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기를 최근 제작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미 공언한 대로 ‘김정은이 결단하는 때와 장소’에서 ICBM을 쏠 수 있는 상태로 진입한 것으로 한미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관영 매체들도 “머지않은 시기에 ICBM은 발사될 것”이라며 “ICBM 시험발사가 평화 수호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등 연일 시험발사를 거론하며 군불을 때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을 지켜본 뒤 ICBM 도발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을 ‘적’이자 ‘위협’으로 규정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의 발언을 포함,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인사들의 대북 강경 메시지가 잇따르자 ‘가만히 있어서는 미국 차기 정부로부터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이미 내렸을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대북 강경 기조에 쐐기를 박는 트럼프의 취임 ‘일성’을 듣는 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이거나, 트럼프를 향해 마지막으로 ‘예고 방송’을 틀고 있는 단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또는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 75돌(2월16일·광명성절) 등을 계기 삼아 북한이 조기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북 제재의 선봉에 서 온 한국의 외교력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약해지고 한일 간에 심각한 외교 갈등이 빚어진 현 상황을 북한이 기회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요직에 중용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18일 강연에서 “트럼프가 전화를 하려 해도 받을 사람이 한국에 없다”며 한국 정부와 미국 새 정부 사이의 대북정책 조율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음을 우려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정권 출범 직후 북한이 ICBM 도발에 나서는 것은 ‘제 발등에 도끼를 찍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가 지난 9∼12일 실시한 미국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위협적’이라는 응답 비율이 러시아·중국·이란을 상회한 터에 여론과 직접 소통하는 ‘트위터 정치의 달인’ 트럼프로선 북한의 선제적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북한은 작년 대폭 강화된 대북 제재의 압박이 점점 가중되어가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조기에 ‘판’을 흔드는 쪽을 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경우 KN-08과 KN-14 등 2종류의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로 직행하는 방안과 무수단 미사일 추가 시험발사를 거쳐 ICBM 발사로 넘어가는 방안 등을 놓고 북한이 고민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이 ‘한 박자 빠른’ 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연초부터 한반도 정세는 격랑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문제가 정권 위기대응 역량의 첫 시험대가 될 경우 예고한 대로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도 강경한 대북 압박 견인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가 북한과 거래한 중국 금융기관 등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을 검토할 수 있음을 밝힌 만큼 트럼프-시진핑(중국 국가주석)-김정은 등 ‘스트롱맨’ 사이의 파워게임 1라운드가 조기에 시작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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