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염포동 주민들, <삼포만의 이야기 꾸러미> 발간
삼포개항지 중 한 곳인 울산시 북구 염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입을 모은다. 달짝지근한 소금과 어느 바다 생선과 비교해도 맛이 떨어지지 않는 각종 생선이 나던 황금어장.
북구 염포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삼포만의 이야기 꾸러미>(사진)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전문가의 지명 이야기뿐만 아니라 염포의 옛 사진과 당시 모습 등에 대해 지역 어르신들을 인터뷰한 글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실려 있다.
소금을 굽는 땔감을 공급하던 나무장수, 염포 신전마을에서 태어나 성내총각과 결혼한 처녀, 소금과 생선을 시내로 팔아 생활하던 아낙네들….
이 책에 등장하는 지역 어르신들은 지금은 모두 나이 여든을 훌쩍 넘겼거나 그 나이를 바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옛 염포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원찬(85) 할아버지는 소금을 굽는 땔감을 공급하던 염포 나무장수였다. 현재는 현대자동차가 들어선 치전마을에 살면서 염전에 땔감을 납품했다.
“심청골에서 땔감을 져 나르고 현금이나 소금을 받았지요. 소금으로 받으면 아내가 머리에 이고 팔러 다녔지.”
할아버지는 염전이 사라진 후 어부 일도 했다. 염포 앞바다에서 잡아온 곰장어나 싱싱한 횟감은 그의 아내가 중앙시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염포동 신전마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성내총각과 결혼한 천옥염(78) 할머니.
“시집 와서 멸치배 작업을 직접 했어요. 배에서 내려 거기서 데우고 말렸지요. 삼천포 뚝방 멸치라 해도 그 때 맛은 못하지.”
멸치잡이로 풍성했던 그 시절 염포를 그리워하는 할머니는 “염포 생선은 ‘무얼 발랐냐’고 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며 “망둥어와 황어, 물미역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이 외에도 장영관, 주선복, 김부열, 이길숙, 박말자, 이분옥 어르신의 인터뷰에서 염포의 과거를 읽을 수 있다.
<삼포만의 이야기 꾸러미>는 지난해 북구에서 추진한 ‘소소한 동네만들기 사업’에 선정됐다.
주민들이 마을기자단을 구성하고 마을 어르신들을 인터뷰해 옛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스토리텔링북이다.
박정란 염포동 주민자치위원장은 “과거의 황금기가 지나고 지금은 사회적 하드웨어가 부족할지 모르지만, 사회적 소프트웨어, 휴먼웨어는 어느 동보다 뛰어난 곳이 우리 동네”라며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앞으로도 모든 주민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