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연구소 “공중사격 목격담 있던 21일에만 12대 급파…시간대 일치”

5·18 민주화운동 당시 코브라 등 공격헬기 투입 사실을 기록한 군 작전일지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남대학교 5·18 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이 기록은 ‘5·18 당시 항공기 작전일지가 없다’던 군 주장을 반박하고 있어 당국의 입장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5·18 연구소는 1980년 5월 28일자 계엄 상황일지에 광주에 파견된 군 항공기 복귀 보고기록이 남아있다고 19일 밝혔다.

일지에는 코브라헬기 AH-1J 2대, 경공격형헬기 500MD 6대, 수송헬기 UH-1H 5대, 중형수송기 C-1 3대 등 헬기 13대와 항공기 3대가 광주에 파견된 것으로 기록됐다.

전체 일지를 보면 고(故) 조비오 신부와 광주시민 다수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같은 달 21일에만 500MD 2대, UH-1H 10대가 광주에 긴급 파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작전일지에 따르면 광주에 급파된 헬기가 육군 상무대에 도착한 시간은 당일 오후 1시 무렵이다.

광주 서구 치평동 일원에 자리했던 상무대에서 금남로 도심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조 신부 등이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오후 1시 20∼30분께와 시간대가 맞아떨어진다.

연구소에 따르면 5·18 당시 전체 상황일지에 등장하는 헬기 등의 숫자와 28일에 복귀를 보고한 항공기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다.

기록이 다른 이유에 대해 연구소는 군이 처음에는 구두지시로 항공기를 수시로 투입·철수시켰다가 나중에 정식 차출·파견하는 방식으로 명령체계를 완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계엄군의 헬기파견요청이 기록된 작전일지는 육작상전 0-178호·0-204호, 0-217호 등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기록에 따르면 광주에 투입된 헬기의 임무는 소요사태 진압·방송·가스 및 전단 살포다. 기관총과 벌컨포 등 무장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연구소는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통해 해당 작전일지를 입수했으며 일부는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날짜순으로 부여하는 연번 일부가 뒤섞여 있는 등 계엄 상황일지를 일괄적으로 작성한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희송 5·18 연구소 연구교수는 “계엄 상황일지만 봐도 무장 가능한 공격헬기가 광주를 오간 기록이 남아있다”며 “헬기가 병력수송 임무만 맡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연합뉴스 정보공개 청구에서 ‘관련 자료가 없다’고 통지한 육군본부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본 기관과 무관한 내용이다”고 일축했다.

군 당국이 37년간 인정하지 않은 5·18 당시 헬기사격에 대한 기록과 증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최상층에서 찾아낸 150개의 탄흔 분석 결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총탄흔적 현장조사를 벌인 국과수는 공식보고서에 “5·18 당시 헬기 사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인용했다.

5·18기념재단이 보관 중인 전투병과교육사령부 ‘광주소요사태 분석 교훈집’에는 1980년 5월 21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육군 31·61항공단 군인 108명과 5개 기종 31대의 헬기가 광주에서 ‘무력시위 및 의명 공중화력 지원’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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