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조교 시켜 기말시험 답안 위조

▲ 류철균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 15일 오후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를 둘러싼 이화여대 학사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9일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류철균(51·필명 이인화) 이대 신산업융합대학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류철균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공소 사실 요지는 정유라씨가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시험을 안 봤는데도 학점을 부여하고 이에 대해 교육부 감사와 수사가 시작되자 조교들을 시켜 대리 답안지를 작성하게 한 이후 교육부 감사관에게 제출했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 조사 결과 류 교수는 작년 1학기 자신의 수업 ‘K-MOOC: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에 정씨가 출석하지 않고 시험도 안봤는데도 합격을 의미하는 ‘S’ 성적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모녀의 청탁을 들어준 것이다. 2015년 초 이대 신산업융합대학(당시 건강과학대학)에 입학한 정씨는 같은 해 1학기 학사경고를 받자 최씨와 함께 김경숙 당시 학장에게 ‘강의에 출석 등을 하지 않아도 학점을 받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씨 모녀는 작년 4월에는 류 교수를 직접 만나 학점 특혜를 부탁했다. 당시 류 교수는 김경숙 전 학장의 거듭된 요구에 따라 최씨 모녀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무렵 정씨의 이대 학사 특혜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와 교육부 감사가 시작되자 류 교수는 비리를 숨기려고 조교 2명에게 정씨 이름으로 된 기말고사 답안지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정씨가 기말고사를 본 것처럼 출석부도 조작하라고 했다.

류 교수에게는 업무방해 혐의 외에도 사문서위조 교사, 증거위조 교사 혐의가 적용됐다.

류 교수는 교육부 감사에서 위조된 기말고사 답안지를 증거로 제출했고 조교 2명에게는 답안지 작성 경위에 관해 ‘모른다’는 허위 진술을 하라고 시켰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위조사문서 행사, 위조증거 사용,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했다.

류 교수가 기소됨에 따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특검팀이 기소한 두 번째 피의자가 됐다.

1990년대 초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베스트셀러 소설 ‘영원한 제국’을 쓴 작가인 류 교수는 최근에는 게임·디지털 스토리텔링 연구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97년작 ‘인간의 길’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했다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특검팀은 정씨에게 온갖 특혜를 준 혐의로 류 교수 외에도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 김경숙 전 학장 등을 구속했다.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18일 정씨를 둘러싼 이대 학사 비리 의혹의 정점에 있는 최경희 전 이대 총장도 처음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이날 다시 소환했다. 특검팀은 곧 최 전 총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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