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불안으로 결혼·출산 기피
지난해 1인가구 비율 전체 27%
싱글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

▲ 안미수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정책연구팀장

‘13월의 보너스 또는 세금폭탄’이라는 연말정산의 계절이다. 경기도 안 좋아져 살기가 팍팍하다는데 일명 ‘유리지갑’이라고 자조하는 근로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공제혜택을 챙기기 위해 ‘공부’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싱글세’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싱글인 근로자들은 투명한데다 얇기까지 한 유리지갑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싱글세(독신세)는 결혼하지 않는 사람에게 걷는 세금으로, 논의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저출산문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에서 정부 관계자가 싱글세 도입에 대해 언급했고, 사회적인 반항이 거세지면서 해당 정부 당국은 해명보도자료로 논란을 진화했다. 그러나 그 해 연말정산 시즌 추가 납부자의 70% 이상이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부부에 집중되었다는 뒷얘기가 전해지면서 찜찜함을 남겼다.

그 이후 잠잠하던 싱글세 논란이 작년 모 학회에서의 한 발표로 인해 또 다시 점화되는 듯하다. 발표논문에 따르면 중간소득구간(4000만원~6000만원) 기준으로 보았을 때 1인 가구가 2자녀를 가진 외벌이 혼인가구보다 연간 약 79만원의 세금을 더 내고 있어 실제로 싱글세를 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싱글세는 1인 가구 뿐 아니라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결혼은 하되 아이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싱글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작정하고 공론화한 적이 없기도 하지만 당장이라도 주변 지인들과 대화해보면 사회적 합의가 쉽게 이루어질 만한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요즘 같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것 자체가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싱글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개인의 선택인 결혼, ‘가족-됨’에 의해 세금부담이 달라지는 것은 결혼을 강제,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그 논의의 스펙트럼 또한 넓다.

이런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그만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전체 가구 유형 중 1인 가구 비율이 27%로 가구유형분포 중 1위였다. 명실상부하게 새로운 삶의 형태로 자리 잡은 1인 가구는 예전에는 ‘우아한 골드미스 담론’ 등으로 경제력을 지닌 능력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N포 세대’ 등 비자발적 1인 가구의 문제가 심각한 것 또한 사실이다. 결혼과 출산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있지만 저출산 위기라는 담론 속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N포 세대’들 말이다.

어느 연구원에서는 1인 가구를 원인에 따라 골드족, 산업예비군, 불안한 독신자, 실버세대 등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골드족 외 나머지 세 집단을 관통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증가원인을 생계가 불안정한 청년층의 결혼·출산 기피현상, 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싱글세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해법이라면 적어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전체 1인 가구 중 절반 가까이 연소득 1000만원 미만이라는 점 또한 싱글세 논의에서 중요하게 짚어져야 할 사항이다.

그 중 여성 1인 가구는 또 어떤가?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그것도 여성이, 싱글라이프를 선택하는 것은 ‘정치적 결단’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만큼 사회적 이야깃거리와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적 결단’을 내리는 수준이 된 여성의 싱글라이프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아직도 성별임금격차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고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또한 낮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에 종사하는 남녀 격차 또한 증가하고 있다. 오죽하면 그런 대책이 나왔겠냐만 더욱 팍팍할 수밖에 없는 싱글들의 삶을 고려하여 싱글세의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안미수 울산여성가족개발원 정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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