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빠진 제3지대…‘金·孫·鄭’ 밑그림 다시 그리나
최종 행선지 보수쪽 판단...대선 전 개헌 소극적 입장도 영향

제3지대에 터 잡은 정계 새판짜기 논의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는 양상이다. 정계개편론을 추동해온 중도성향 그룹이 당초 연대의 대상으로 지목해온 반 전 총장과 일정한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제3지대의 또다른 축으로 여겨졌던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제3지대론에 부정적인 태도로 돌아선 점도 변수다.

양 극단을 배제하고 반 전 총장과 바른정당까지 아울러 새로운 정치공간을 창출해낸다는 개념의 제3지대 정계개편론은 이제 밑그림이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가장 중요한 흐름은 제3지대 플랫폼을 자처하는 국민의당, 그리고 개헌을 고리로 정계개편론을 모색해온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반 전 사무총장과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반 전 총장이 이념적 정체성을 범여권에 두고 있고 결국 보수 쪽으로 최종 행선지를 정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반 전 총장이 정계개편의 핵심고리인 ‘대선 전(前)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연일 반 전 사무총장에게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19일 PBC라디오에 출연, “반 전 총장은 준비 안 된 대통령 후보로서, 우리와 함께하기에는 정체성에서 완전히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과 함께할 가능성이 점쳐졌던 손 전 대표와 김 전 대표 역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와 틀어져 제3의 길을 모색 중인 김 전 대표는 전날 반 전 총장에 대해 “별로 매력을 못 주는 것 같다고 했고” 손 전 대표 역시 “수구세력에 얹혀 뭘 하려 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반 전 사무총장의 귀국을 매개로 했던 제3지대론이 사그라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제3지대론자들의 새로운 합종연횡 움직임도 감지된다.

손 전 대표는 22일 정치권 새판짜기에 시동을 거는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을 알리는데, 여기에 박 대표와 김 전 대표가 나란히 참석한다. 여기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 정 전 총리는 트레이드마크인 ‘동반성장’이라는 가치만 지켜지면 기존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제3지대 합류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정 전 총리는 반 전 사무총장을 대체해 충청 맹주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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