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굴비 등 고가품목 제품...상대적으로 값싼 과일·한과 등

기업·기관 몸사려 판매량 급감...한우불고기특구 울산 울주군도

올명절 선물 수요 끊겨 하소연

“설 선물용 쇠고기 시장은 명절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울산의 한우 농가와 축협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근의 매출 현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는 말 그대로 엉망이다.

쇠고기나 굴비 등 고가 품목은 말할 것도 없고 청탁금지법이 일부 허용하는 5만원 이하의 저가 제품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도 있지만 청탁금지법 발효로 ‘큰 손’인 기업체와 기관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불고기특구가 있는 울주군의 한우 농가들은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며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

보통 갈비 등 고급육의 80%가 설과 추석 명절에 나가지만, 올해는 선물 수요가 뚝 끊겼다.

식당 업주 등의 의뢰를 받아 도축하는 간이도축장들도 예년보다 작업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때문에 농가 축사마다 도축 시기가 지난 소들이 늘고 있다.

한 축산농민은 “다 키운 소를 적절한 시기에 출하하고 송아지를 사들여 키우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면서 송아지 가격이 추락하는 부작용마저 생겼다”면서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선물이나 식사 기준에 맞춰서는 어떤 대책도 내놓기 어렵다”고 말했다.

400여개 굴비 업체가 있는 전남 영광의 법성포 ‘굴비 거리’도 설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이맘때쯤이면 이어지는 주문과 배송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이번 명절은 주문이 끊기다시피 하면서 대부분 일손을 놓고 있다.

한 상인은 “설이 다가오는데 전화벨 소리조차 듣기 어렵다. 준비한 굴비를 절반도 팔지 못하고 창고에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한과와 과일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40여가구가 한과를 만들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 한과마을은 전체적으로 주문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그나마 5만원 이하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10만원 이상의 제품은 거의 주문이 없다.

제주감귤농협은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의 기본 포장 중량을 5㎏에서 4㎏ 이하로 낮춰 가격을 5만원 아래로 낮췄다. 설 선물로 인기가 높지만 5만원을 넘는 선물세트는 거의 주문이 없어서다. 이춘봉기자·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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