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경찰관들 “무시하나…통상 감찰 대상자는 직위해제"

‘인사청탁’ 업무 수첩 논란으로 감찰조사를 받는 박건찬 경찰청 경비국장(치안감)이 경기남부경찰청 차장으로 내정된 데 대해 경기지역 경찰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치안 1번지’인 경기도 치안 2인자 자리에 문책 간부를 발령한 것에 대해 경찰 내부에선 자존심 상한다는 의견과 통상 감찰조사 대상자는 직위해제 후 조사를 벌이는 관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9일 박 국장을 경기남부청 차장에, 강인철 경기남부청 차장을 중앙경찰학교장에, 장향진 중앙경찰학교장을 본청 경비국장에 내정하는 치안감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박 국장은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에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절 작성한 업무노트 11장이 공개돼 경찰 인사에 청와대 등 안팎으로부터 각종 청탁과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업무노트는 박 국장이 경무관 시절 청와대 경호실 경찰관리관으로 재직하면서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문제가 불거지자 이달 10일 감찰에 착수, 박 국장과 노트에 언급된 이들을 상대로 인사 관련 전화통화 경위와 내용, 부적절한 인사청탁 여부, 이들의 통화가 실제 경찰인사에 영향이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감찰조사를 받는 박 국장을 경기남부청 차장에 앉히자 경기지역 경찰관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남부청 한 간부 경찰관은 “치안 1번지인 경기도에, 논란에 휩싸인 고위 인사를 부기관장 자리에 앉히는 것은 경기도를 무시한 처사로 보인다”라며 “전국 치안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경기도에선 매년 경무관 1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인사에도 차별받는데, 이번 문책성 인사는 더더욱 힘 빠지는 소식”이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간부는 “감찰조사 대상자는 통상 직위해제 후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직을 주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인사는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박 국장이 부임한 뒤 감찰조사결과 문제가 드러나 징계를 받거나 또 인사조치되면 차장이 몇 달 새 두 번이나 바뀌게 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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