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ㆍ텍사스 등 6개주서 피소…“종신형 언도 가능성”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9)의 신병이 19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인도됐다.

멕시코 외교부는 이날 연방대법원이 미국으로의 인도를 저지하고자 구스만 측이 제기한 상고를 기각한 이후 구스만의 신병을 미국으로 넘겼다고 밝혔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언론과 외신이 전했다.

미 법무부는 구스만을 미국으로 이송 중이라고 확인하고 멕시코 정부의 협력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관계자는 “미 마약단속국(DEA)이 텍사스 주 엘패소와 접한 시우다드 후아레스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구스만을 이송 중”이라면서 “구스만은 오후 5시31분 뉴욕행 비행기를 탔고 뉴욕에 오후 10시께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은 구스만이 뉴욕 동부 연방법원에서 마약밀매와 마약 판매를 통해 거둬들인 부당 이득을 돈세탁해 멕시코로 빼돌린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수배를 받아온 멕시코 마약범죄 조직 수괴의 신병이 인도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날 전격 이뤄졌다.

국경장벽 설치,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등 반멕시코 공약을 내건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일각서 나오기도 한다.

멕시코 당국은 그간 구스만의 신병을 이르면 이달 중이나 늦어도 2월까지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방침을 피력해왔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한 멕시코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들이 신병 인도를 저지하기 위한 구스만 측의 변론을 청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구스만의 변호인인 후안 파블로 바디요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면서 “신병 인도를 저지하기 위한 4건의 항고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구스만은 그간 미국 2개 주 사법당국으로부터 신병 인도 요청을 받았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마약 유통 혐의로, 텍사스 주에서는 살인과 돈세탁 등의 혐의로 각각 기소된 상태다.

2009년 7월 미국 연방 대배심에 의해 처음으로 기소된 구스만은 이후 뉴욕, 샌디에이고, 시카고, 마이애미 주에서도 마약밀매 외에 납치, 살인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구스만은 미국 6개 주에서 기소가 된 만큼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AP 통신은 내다봤다.

구스만은 ‘화려한’ 탈출 이력으로도 유명하다.

구스만은 2001년 할리스코 주에 있는 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빨래 바구니에 숨어 탈옥했다가 2014년 2월 태평양 연안의 휴양도시인 마사틀란에서 검거됐다.

2015년 7월에도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연방 교도소에서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인 독방 샤워실 바닥과 교도소 외곽 1.5㎞가량 떨어진 건물로 연결된 땅굴을 파 재차 탈옥했다.

구스만은 두 번째 탈옥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자신이 이끄는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근거지가 있는 서북부 시날로아 주의 한 은신 가옥에 숨어 있다가 멕시코 해군과 교전 끝에 검거됐다.

구스만은 알티플라노 교도소를 탈옥한 지 3개월이 지난 2015년 10월 미국 영화배우 숀 펜과 인터뷰를 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그는 탈옥 후 도주 중에 멕시코 여배우 케이트 델 카스티요와의 염문설을 낳기도 했다.

멕시코 외교부는 지난해 5월 구스만이 유죄 평결을 받더라도 사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 당국의 보증을 전제로 구스만의 신병 인도 요청을 승인했다.

이후 구스만은 같은 달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연방 교도소에서 미국과의 국경 도시인 시우다드 후아레스에 있는 세페레소 연방 교도소로 이감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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