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만 실형, 남편은 집행유예 4년…법원 “잇단 장애인 인권유린 경종”

국민적 공분을 산 청주 ‘축사노예’ 사건의 가해부부 중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한 부인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

지적 장애인을 19년간 공짜로 부리며, 일을 제대로 못하면 때리고 밥을 굶긴 가해자에게 죗값은 징역 3년이었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2부(이현우 부장판사)는 지적 장애 2급의 고모(47)씨에게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폭행한 혐의(노동력 착취 유인 등)로 기소된 농장주 오모(63·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남편 김모(69)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죄가 가볍다고 판단,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합의하고, 피해자 측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까지 제출했지만, 장애인도 일반인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기본 이념에 전면으로 대치하는 범행이어서 죄질이 극히 불량해 선처하는 게 마땅한지 고민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잇따라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사건을 보고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만 “부부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남편 김씨에 대해서는 선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김씨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그는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해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는 경찰에 발견돼 극적으로 가족과 상봉할 수 있었다.

경찰 조사를 통해 모든 범행이 드러난 김씨는 지난해 8월 25일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의 부인 오씨는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앞서 고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의 도움을 받아 김씨 부부를 상대로 임금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후 1억6천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강제 조정이 이뤄지자 김씨 부부는 이를 이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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