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식, 태권도 시범단장 연봉 일화 소개…“최씨가 ’리더‘…업무 관장”
안종범-최순실 재단 운영 ‘의견 교환’ 정황도

▲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17일 오전 첫 정식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전 장씨와 최씨, 김 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재판이 진행된다. 연합뉴스

K스포츠재단 전직 사무총장이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와 면접을 본 뒤 이 재단에서 일하게 됐으며 최씨가 재단 인사와 운영을 관장하는 ‘실질적 리더’였다고 증언했다.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인사와 관련해 K스포츠 관계자에게 각자 연락해 똑같은 말을 하는 등 사전에 의견을 교환한 정황도 포착됐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를 처음 만나 면접을 본 뒤 재단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당시 상황을 “2015년 12월 김필승(초대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으로부터 면접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약속 장소에 가자 선글라스를 낀 여성이 있었다”며 “이후 세간에 알려진 뒤에야 이 분이 그 분(최씨)인 걸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씨가) 면접 자리에서 ’감사도 하고 재무도 맡으면 되겠네‘라고 말했고, 이후 무보수 비상근 감사직으로 재단에 들어갔다가 재무이사를 거쳐 사무총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최씨가 K스포츠재단 내에서 ‘회장님’으로 불리고 업무 전반에 관한 지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사한 이후 직원들이 채용되는 과정은 모두 같았다”며 “임직원의 연봉은 ’회장님‘으로 불리던 분(최씨)이 정해줬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지난해 5월 최씨가 재단의 태권도 시범단장 임금 책정 문제로 크게 질책한 일화도 소개했다.

최씨에게서 전화가 와 “안녕하십니까”라고 했더니 최씨가 “안녕 못해요. 태권도 지도교수 연봉(1억3천만원)을 왜 이렇게 높게 책정했어요. 재단을 말아 드시려고 그러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재단 살림도 관여한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재단 운영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정씨는 “최씨와 면접을 본 뒤 1∼2일 뒤 당시 경제수석이었던 안 전 수석이 전화해 ’새로 생기는 K스포츠재단에서 감사를 맡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이후 최씨가 연락해 ’감사는 외부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까 재무이사를 맡아 달라‘고 말했고, 얼마 뒤 안 전 수석이 전화해 같은 내용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 안 있어 최씨가 다시 ’사무총장을 같이 맡아달라‘고 해서 전문 영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사하자 안 전 수석이 1∼2일 뒤 전화해 같은 권유를 했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최씨가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와 연결돼 있어서 재단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지원해주는 리더라고 생각했다”며 “모든 사항을 다 최씨에게 보고하고 지시에 따랐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씨가 이력서에 포스트잇을 붙여 (특정 직원을) 어떤 부서에 배치하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면 최씨가 K스포츠재단을 통해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최씨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는 곳이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두 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강요·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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