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의장·黃권한대행 연쇄면담…全·盧 전 대통령 측에 전화로 인사
내주 정의화·손학규 회동…“조만간 정치지도자들 만날 것”
25일 관훈토론회서 정치적 구상 천명…사실상 대선출마선언 가능성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에서 열린 주한외교단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인’으로 변신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수장을 한날 연쇄면담하고 이른바 ‘제3지대’ 인사들과의 접촉면도 넓히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은 20일 조계사를 방문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정치지도자들을 일정을 잡아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제3지대 인사들과의 회동 일정과 관련해 “가능한 대로 빨리 만나겠다”고 말했다.

정확한 회동 시점은 밝히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라는 반 전 총장의 언급으로 미뤄 설 연휴를 앞둔 다음 주중이 유력시된다.

실제로 손 전 대표는 이날 워싱턴DC 인근 한 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어 “반 전 총장이 설 전에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그러자‘고 했다”고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은 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과의 회동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테두리는 ‘친박(친박근혜)·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배격’과 개헌이다.

선두 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집중적으로 견제해 온 반 전 총장이 이들과 ‘빅텐트’를 모색하며 취약한 정치적 기반을 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권 주자들이 이번 주말 출마 선언 등으로 레이스 초반전에 치고 나온 만큼, 후발 주자인 반 전 총장도 발 빠르게 정치권과 거리를 좁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반 전 총장은 설 연휴 전인 오는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자신의 정치적 구상과 정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이 자리가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설 연휴를 전후해 기존 정당에 입당하거나 연대, 또는 신당 창당 방침을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오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났다.

반 전 총장은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창당하는 게 좋다, 여기(기성 정당) 가는 게 좋다, 연대하는 게 좋다, 등등 많이 듣고 깊이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주위에선 기성 정당 입당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이후 입당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그러나 독자 후보로 남아 정치적 연대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 더 나아가 신당을 만들자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이 정 의장과 황 권한대행을 연쇄 접촉한 것을 두고 “의례적인 귀국인사”라는 설명에도 정치적 해석이 나왔다.

반 전 총장의 국회 방문은 지난해 5월 20일 이후 8개월 만이다. 황 권한대행과의 회동 역시 8개월 만이다.

그는 지난해 9월 15일 미국 뉴욕을 방문한 정 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를 만나 “내년 1월 중순 귀국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과 황 권한대행은 여권 대선주자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15분에 걸친 환담에서 정치적 언급은 없었다고 양측 배석자들은 전했다.

반 전 총장은 황 권한대행을 만나고 나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귀국 인사를 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3일 서울 현충원에서 고(故)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16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로 인사를 건넸다.

이어 17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전날 대전 현충원에서 고 최규하 전 대통령 묘소에 각각 참배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전·현직 대통령에게 모두 인사하고 입법·행정부 수장 면담을 마친 반 전 총장의 정치권 행보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반 전 총장은 일주일 동안 전국을 돌며 민심을 듣고 ‘대통합’, ‘포용적 리더십’, ‘정치교체’ 등의 메시지를 내보냈지만,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반 전 총장이 정치적 세력화를 통해 추동력을 얻으려는 전략을 세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애초 21일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기상상황 등을 이유로 연기했다. 대신 반 전 총장은 관훈토론회 등의 준비에 몰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