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차 타고 정장 차림 도착…특검, ‘朴대통령 지시’ 집중 조사
김기춘 前 비서실장은 ‘건강상 이유’ 불출석

▲ '문화·예술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1일 구속된 이후 처음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28분께 호송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 대치동 D 빌딩에 도착했다.

미결수 신분인 조 장관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채 호송차에서 내렸다. 법원의 판결을 앞둔 미결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

조 장관은 ‘현직 장관으로 첫 구속 사례가 된 심경은 어떤가’, ‘혐의를 인정하는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조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던 2014년 6월∼2015년 5월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 대상에서 솎아내기 위한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이날 새벽 3시 45분께 구속됐다. 현직 장관의 구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장관의 특검 출석은 구속영장이 발부된지 약 10시간 40분 만이다.

특검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온 조 장관에게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도 적용했다.

조 장관은 17일에는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나와 장시간 조사를 받고 귀가한 바 있다.

조 장관과 함께 구속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특검의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요구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조 장관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작성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박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문화·예술계의 판도를 뒤집기 위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에 이를 적시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문화·예술계 인사는 약 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피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블랙리스트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돼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문체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불이익을 준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 가치인 사상·표현·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라는 게 특검의 인식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박 대통령의 대면 조사를 통해 의혹의 전모를 밝힐 예정이다.

특검은 작년 12월 26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주거지 압수수색으로 물증을 확보하고 청와대와 문체부 전·현직 인사들을 상대로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이를 토대로 특검은 이달 12일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구속했다.

특검은 이날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위세를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했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조 장관과 함께 소환했다.

차씨는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게 ‘진흥원에 좌편향 세력이 있을 테니 색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차씨에 대해서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를 수사 중이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구속 직후 가족을 통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조 장관의 구속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표 수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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