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버티기 힘들다”…일부 상인 대출로 생계유지
대체 상가 입주 늦어져…대구시 “하루빨리 성금 배분”

“설 대목이라도 장사를 못 하니 한숨만 나오네요…”

지난해 11월 30일 발생한 큰불로 생계 터전을 잃어버린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 대부분이 설을 앞둔 지금까지 대체 상가를 구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예전에는 명절 대목을 맞아 시장을 가득 채운 손님과 물건값을 흥정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아예 장사하지 못해 애만 태우고 있다.

서문시장통합지원센터가 불이 난 뒤 4지구 상인을 상대로 집계한 피해 신고액은 지금까지 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4지구 상인은 큰불로 점포 679곳이 잿더미가 되자 대체 상가 찾기에 나섰다. 옛 계성고 터 등 5곳을 후보지로 올려놓고 저울질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시장 인근 베네시움 쇼핑몰을 최종 선택했다

하지만 700명이 넘는 이곳 개별 소유주가 뿔뿔이 흩어져 있고 연락도 잘 닿지 않는 등으로 한 달이 넘도록 입주 협의를 못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피해상인은 당장 먹고 살아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문시장 안에 빈 점포를 빌려 장사하고 있다.

또 일부는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겨우겨우 생계를 잇고 있다고 한다.

한 피해상인은 “새 점포를 얻을 형편이 안돼 하루하루 버티기가 힘들다”며 “하루빨리 대체 상가에 입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체 상가 입주 일정은 이달 말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구청 등은 최근까지 베네시움 개별 소유주 716명을 수소문한 끝에 699명과 연락이 닿아 점포 소유관계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베네시움 개별 소유주는 오는 24일 총회를 열어 협상 주체인 관리인 선정, 시설 관리·운영, 임대 권한 위임, 기타 관리 운영 등 안건을 논의한다.

개별 소유주 과반인 359명이 찬성하면 안건이 통과한다.

대구시와 중구청, 4지구 피해상인, 베네시움 측은 총회에서 안건을 가결하면 임대료, 수리비, 관리비 등 세부사항을 본격 논의한다.

시 관계자는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하면 대체 상가 입주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는 대체 상가 입주 전에 피해상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다음 달 중순까지 화재복구 성금을 배분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

전국재해구호협회가 피해상인을 돕기 위해 작년 12월 2일부터 최근까지 모금한 결과 성금은 8천573건에 70억6천100만원에 이른다.

협회는 대구시, 중구청, 피해상인 대표 등 의사를 반영해 성금배분 방식을 심의·의결한 뒤 결과에 따라 상인에게 성금을 분배할 계획이다.

불이 난 4지구 상가에서는 다음 달부터 철거를 시작한다.

중구는 지난 17일 철거업체 입찰공고를 냈고 이달 말께 업체 선정을 마무리한다. 철거비용 26억원은 국민안전처에서 받은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35억원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불탄 4지구가 시장 한가운데 있고 진입 통로가 좁아 철거 완료까지 5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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