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앞으로 보내진 편지를 개봉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이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아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이민수)는 편지 개봉 혐의로 기소된 A(41·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22일 밝혔다.

수원시청 B공무원노동조합 직원인 A씨는 2015년 11월 23일 B노조 사무실에서 시청 내 또 다른 공무원노조인 C노조 대표자에게 전달돼야 할 봉인된 등기우편물을 개봉한 혐의로 기소됐다.

형법 제316조 제1항은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나 문서, 도화를 개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우편 겉면에는 ‘등기 수령 요망’이라고 적힌 쪽지만 붙어있어 A씨는 봉투를 뜯어 내용을 확인한 뒤 B노조 우편물이 아니라고 판단, C노조 대표자가 근무하고 있는 부서를 겉면에 적어 우편함에 다시 넣어두었다.

수원시청에 배달되는 우편물은 별관 기록물실로 배달된다.

다만 기록물실에는 노조 관련 우편함이 ‘공무원노조’라고 적힌 B노조 우편함 하나밖에 없어 수원시에 노조가 2개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지 못한 우편물 분류 직원이 해당 우편물을 B노조 우편함에 넣어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2단독 박은주 판사는 “정황상 A씨는 수신자 이름 없이 우편함에 있는 등기우편물이 B노조로 온 것으로 판단했다고 볼만하다”면서 “A씨가 내용물을 확인한 뒤 다시 C노조 대표가 근무하고 있는 모 구청에 보내기까지 10여분 정도가 걸린 점을 보면 일부러 편지를 열어봤다고 볼만한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이 편지를 개봉할 권한이 없는 사실을 미필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를 개봉한 것으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부분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개봉 권한이 없는 편지를 일부러 열어봤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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