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수제가구 디자이너 허웅씨

▲ 원목에 장인의 숨결을 불어 넣어 작품을 만들어 내는 허웅 수제가구 디자이너가 나무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울산시 중구 남외동에 위치한 우드랩(WOODLAP)은 울산에서는 보기 드문 수제 맞춤가구를 주문·제작하는 가구업체다. 이 회사의 대표는 토목분야 엔지니어에서 가구 디자이너로 변신한 허웅(38)씨다. 그는 부산항 등 다리를 건설하는 건설회사의 토목분야 엔지니어에서 가구 디자인·제작을 직업으로 진로를 변경,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토목 엔지니어로 일하다
취미이던 가구제작 창업
3년만에 안정된 수익 확보
직장생활에서 못 느꼈던
보람과 즐거움 느껴 만족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취미생활을 찾다가 목공소에서 나무를 구해 인터넷 동영상, 책 등을 찾아보며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게 계기가 됐다.

그는 “가구 만드는 작업을 할 때면 스트레스도 잊고 즐겁게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며 “화가이신 아버지와 조각가인 삼촌의 창작하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서인지 내가 생각한 것을 디자인으로 옮기고 가구로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회사를 그만두고 중구 성안동의 지하실에 우드랩을 창업한 허 대표는 2015년 6월 현재의 남외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우드랩에서는 대부분 북미산 하드우드(활엽수)를 사용해 가구를 만든다. 건조 상태 그대로인 나무를 대패로 깎고, 못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가공해 천연 오일로 마감하는 과정까지 크기나 모양에 따라 다르지만 길게는 3주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우드랩의 가구를 구매하는 고객 대부분은 가구를 새로 사려는 이들 보다는 쓰던 가구들을 하나씩 바꾸려는 사람들이다. 허 대표가 가게 홍보를 위해 주말만 여는 가구카페를 찾은 손님 중에서 수제가구에 관심을 갖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제작하진 않았지만, 딸아이에게 기억에 남는 선물로 마차를 의뢰했던 고객이 그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허 대표는 가구 주문이 들어오면 가구 디자인을 매번 처음부터 다시 한다. 식탁을 만들면서 단순히 밥을 먹기 위한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제작한다. 가구를 쓰는 사람의 용도와 신체 사이즈에 맞춰 테이블이나 책장의 높이도 결정한다. 책장을 만드는 경우에는 어떤 책을 꽂을 것인지, 꽂을 책 중에 가장 키가 큰 것과 작은 것을 보여달라고 하기도 한다고.

허 대표는 “우리 공방을 찾는 사람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라며 “창업을 해 가구만드는 일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할 때 느끼지 못했던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세심한 성격 덕분에 우드랩 맞춤가구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다. 그는 “고객들이 주문한 가구를 잘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보람되고 좋다”면서 “우리 공방에서 가구를 맞춰간 고객이 가구가 마음에 들어 그 안에는 좋은 물건만 넣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안정된 수익이 나기 시작해 지난해 매출은 1억5000여만원을 기록했다.

허 대표는 “좋아하는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앞으로는 자연의 나무 형태를 살려 우드랩의 철학과 고객의 요구에 맞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서정혜 수습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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