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정착 다룬 주말드라마처럼
남북문제 해법은 거창한 핵문제보다
그들을 보듬는 배려가 더 효과적일듯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전략으로 핵무기 생산을 위한 핵실험과 ICBM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통일은 더욱 멀어지고 우리는 마땅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애써 위기를 외면하든가 아니면 사드라도 배치하자면서 전전긍긍하는 실정이다.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태영호 전(前) 공사는 북한의 실상을 전하면서 자신은 탈북민 출신 기자가 인터넷에 발표한 기사를 보고 눈물을 흘렸고 “우리도 한국에 가서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왔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 정착이후 탈북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공중파 방송의 주말드라마인 ‘불어라 미풍아’를 즐겨 본다고 했다.

‘불어라 미풍아’는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이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주연과 조연 등이 탈북민 캐릭터라는 점에서 주말드라마로서는 최초의 시도로 보인다. 탈북여성 김미풍이 이장고라는 총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국내 정착에 성공하고 결혼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김미풍 모녀의 정착을 방해하는 사람들은 시어머니와 그 친구들도 있고 같은 탈북민도 있다. 그 속에서 김미풍은 진실한 자세로 가난과 편견 등 어려움에 맞서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북한에서 미리 내려와 국내에서 성공한 사업가인 조부와 상봉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도 나타난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이 최근 3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탈북민에게는 정부가 지원하는 정착금이나 직장 알선 등 지원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맨몸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우리 사회는 낯선 땅이고 북한 사회주의 체제내에서 적응하며 성장한 그들로서는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적응하여 살아남기 쉽지 않다. 그래서 탈북민은 사회주의 체제의 타성으로 게으르고 책임감도 없고 도움만 바란다는 국내 일부의 비판적 시각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탈북민도 있었다.

서독과 동독이 나뉘어져 있는 동안 520만명의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이주했고 서독인의 동독으로의 이주는 47만명 정도였다. 서독 정부는 동독인의 탈출지원을 헌법에 보장된 거주 이전의 자유로 보아 기본권 차원에서 보호했고 긴급난민수용법을 만들어 구체적이고 확실한 지원을 했다. 이러한 서독의 관용과 배려에 의한 나눔이 520만 동독민의 서독행 탈출을 성사시켰고 결국 통일을 가져온 것이다. 통일전 동독 인구는 2700만, 서독은 5500만명이다. 우리 남북한의 인구수와 거의 비슷하다. 우리의 여건이 독일 보다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탈북민의 국내 정착이 300만명이 된다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듯 휴전선은 무너지고 북한의 핵무기는 스스로 해체되지 않을까.

물론 우리로서도 당장 300만명을 먹여 살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 쉽겠는가. 하지마 우리 사회에 정착하기 위하여 애쓰는 ‘김미풍’을 보듬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이장고 변호사와 주변 사람들의 배려와 나눔이 있다면 더 많은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이는 북한주민의 탈북 행렬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들 것이다. 이는 북한이 보유하고자 하는 핵무기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핵무기만으로 북한 체제의 내부적 붕괴를 막을 수는 없다. 스스로 붕괴되든가 그 전에 한국과 공존공영하는 체제로의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청년 일자리 문제와 빈부 격차는 심각한 문제이다. 또 300만명의 탈북민을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량 탈북을 유도하는 정책은 동북아의 혼란을 초래하고 북한의 심한 반발로 극단적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반대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과 통일을 하거나 적어도 평화공존의 체제를 만들 필연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그렇다면 우리 각자가 탈북민에게 따뜻한 배려의 마음으로 보듬어 주는 ‘이장고 변호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일 방안이자 핵무기 대처 방안이 아닌가 여겨진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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