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사 체불규모 역대 최고치...유흥문화는 오래전에 사라지고
전통시장도 호황기의 10% 남짓...지역 원룸 공실률 갈수록 늘어

 

설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울산 동구가 한 겨울 동장군보다 더 매서운 불황 한파에 움츠러들었다. 조선업 침체로 현대중공업의 고정연장근무 등이 폐지되면서 얇아진 근로자들의 지갑 사정에 한때 불야성을 이루던 동구 도심지는 불꺼진 간판이 하나 둘 늘었고 전통시장도 활력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협력업체들의 폐업에 따른 임금체불액은 지난해 역대 최대로 치솟아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배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제수음식 줄여 조상께 죄송”

지난 21일 주말을 맞은 울산 동구 한 전통시장. 설 명절을 딱 일주일 남겨뒀지만 예년보다 얇아진 손님들의 지갑은 좀체 열리지 않았다. 물건을 몇번이나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다 상인과 한동안 흥정을 하고서야 겨우 구입하는게 다반사였다.

맏며느리로 제사를 도맡아 전국 곳곳에서 오는 친지들을 챙겨야한다는 김옥자(여·54)씨는 “남편이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근무하는데 워낙 경기가 어렵다 보니 월급 등이 많이 줄었다”며 “제수음식을 평소보다 줄여야 할 상황이라 명절을 준비하는 며느리 입장에서 조상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올해는 동서들에게 음식 일부를 해오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한 양말가게 상인은 “보통 명절을 앞두고는 가족·친지·지인들에게 줄 설 선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경기불황에다 대형마트에서 할인을 크게 하거나 ‘1+1’행사를 하다보니 손님이 호황기의 10분의 1도 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술먹고 2차 노래방은 옛말

현대중공업 전하문 앞 전하동 상권은 불과 몇년전만해도 새벽까지 불꺼진 상가가 없을 정도로 불야성을 이루던 곳이었다. 하지만 주말인 21일 찾은 전하동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했다. 특히 이곳 일대에 자리잡았던 유흥·단란주점은 조선업 불황과 함께 하나 둘 자취를 감췄다. 회식을 하면 보통 이어지던 2~3차 문화가 옛말이 됐기 때문.

동구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동구 관내 단란·유흥주점 개업은 4곳에 불과했지만 폐업은 11곳에 달했다. 2014년에도 신규 6곳에 폐업은 9곳으로 폐업이 많았다.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지위승계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분위기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협력사 임금체불 역대 최고

지난 2013년말 현대중공업 종업원은 2만5406명(조합원 1만8065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종업원은 2만508명(조합원 1만3299명)으로 줄었다. 협력업체의 경우도 지난 2015년 3만6000여명에서 지난해 2만7000여명으로 1만명 가까이 줄었다. 이 과정에서 협력사도 지난 2015년 554곳에서 지난해 454곳으로 100곳이 문을 닫았다.

실제로 지난해 임금체불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접수된 건수는 총 5320건으로 체불규모는 400억544만원에 달했다. 체불 규모로는 체불임금을 통계로 잡기 시작한 이래 최대였고, 전년(358억원) 대비 11.7% 증가한 수치였다. 임금체불의 30% 이상은 조선업 체불임금으로 나타났다.

인력이 줄다보니 자연스레 방어동 일대에 즐비했던 원룸에는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방어동 원룸의 경우 2012년 이후 공실률이 늘기 시작해 최근에는 최고 30~40%까지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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