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로 지난해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법정관리에 따른 환적화물 이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발이 묶여 목적지로 가지 못한 한진해운 선박들이 부산항에 내린 비정상 하역 화물까지 고려하면 물동량 감소는 통계치보다 더 많다는 분석도 있다.

23일 부산항만공사의 물류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부산항의 물동량은 20피트짜리 기준 162만여개로 2015년 같은 달의 165만4000여개보다 2.07% 줄었다.

금융당국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가능성 등을 언급하면서 화주들의 이탈이 본격화한 8월(-1.98%), 법정관리가 개시된 9월(-4.56%), 10월(-6.46%), 11월(-0.20%)에 이어 5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12월 수출입화물(81만9000여개)은 1.44% 늘었지만 환적화물(80만여개)는 5.42%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체 물동량은 2015년(1946만8000여개)보다 3만6000여개(-0.19%) 적은 1943만2000여개에 그쳤다.

수출입(960만8000여개)은 2.62% 늘었으나 환적(982만3000여개)은 2.78% 감소했다.

부산항의 연간 물동량이 줄어든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1978년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인 자성대부두 개장 이후 고속성장을 거듭하다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1.0% 줄어든 적이 있다.

당시 수출입화물은 14.0%, 환적화물은 7.5% 각각 감소했다.

2010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최저 3.8%(2013년), 최고 18.5%(2010년)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7년 만에 줄었다.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통계상으로는 0.19% 줄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항만공사의 분석이다.

외국항만의 입항 또는 하역거부 등으로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부산항에 싣고 있던 화물을 몽땅 내린 한진해운 선박이 60척이 넘었다.

이 선박들이 내린 컨테이너는 줄잡아 13만여개에 이르며, 이 가운데 10만개 이상은 애초 부산항에 내리지 않을 화물이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부산항에서 하역한 컨테이너를 제외하면 지난해 부산항의 실제 물동량은 1933만여개에 불과하다는 것이 항만공사의 설명이다.

2015년보다 13만개 이상 줄었다는 의미이다.

항만공사는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가 없었다면 연초에 목표로 세운 2000만개 달성이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연간 100만개가 넘는 환적화물을 처리하던 한진해운이 사실상 파산하면서 국적선사에 대한 국내외 화주들의 신뢰가 떨어져 현대상선까지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상당한 환적화물이 부산항을 이탈한 것으로 항만공사는 분석했다.

이렇게 따지면 한진해운 사태로 이탈한 환적화물은 60만개를 넘는다.

부산항만공사는 올해 물동량 목표를 다시 2000만개로 정했다.

항만공사는 선사별 맞춤형 인센티브제도를 시행하고 신항 환적화물의 부두 간 수송을 효율화하는 한편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지역 환적화물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대상선, 4월에 본격 영업에 나설 새로운 원양선사인 SM상선, 국적 근해선사들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물동량 창출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재편된 해운동맹들이 부산항을 거치는 노선을 일부 축소해 추가적인 환적화물 이탈이 우려되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올해 예상 물동량이 1940만개에 그칠 것으로 나왔지만 2000만개를 목표로 정했다”며 “기존 환적화물 이탈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물동량을 유치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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