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3천259만마리 살처분…토양 오염 가능성도 있어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로 인한 가금류 살처분 마릿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매몰지 침출수 유출이나 악취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010~2011년 발생해 국내 축산 농가에 큰 피해를 줬던 구제역 사태 당시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가 인근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면서 환경재앙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0시 현재까지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259만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살처분 마릿수가 역대 최대치를 훌쩍 넘어섰다.

살처분 마릿수가 이처럼 많아지다 보니 전국 곳곳에 조성된 매몰지도 430여 곳에 달한다.

정부는 매몰지 침출수 유출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지난 16~20일 농식품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등 3개 부처가 합동점검에 나섰다.

430여 곳의 매몰지 중 환경오염 우려가 높은 일반매몰 방식으로 가금류가 살처분된 매몰지 169곳을 중심으로 점검이 진행됐다.

일반매몰 방식이란 구덩이를 파 바닥에 비닐을 깔고 동물 사체를 묻은 뒤 그 위에 흙을 덮는 방식을 말한다.

2011년 구제역 당시에는 거의 100%가 이런 일반매몰 방식으로 살처분을 했으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자 최근 2~3년 사이 새로운 매몰 방식이 도입됐다.

이번 AI 사태가 발생하자 전국 430여 매몰지 중 약 200곳 정도는 동물 사체를 밀폐형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저장조에 담아 매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밀폐형 FRP 저장조에 담아 사체를 처리할 경우 저장조가 파손되지 않는 이상 침출수 유출로 인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 등의 우려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0여곳 정도는 사체를 미생물 처리가 된 왕겨에 묻는 호기호열 방식으로 매몰 처리하고, 여건이 되지 않는 나머지 100여곳 정도만 과거처럼 일반매몰 방식으로 사체를 처리했다.

그러나 최근 주민들에 의해 악취 민원이 제기된 전남 해남 지역은 호기호열 방식으로 육용오리 1만3500여마리를 매몰 처리한 곳으로 전해졌다.

지난 17일 이 지역에서는 동물 사체 썩는 냄새가 진동해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접수돼 정부와 지자체가 조사에 나섰다.

환경부 김지연 토양지하수과장은 “호기호열 방식은 미생물을 이용해 동물 사체를 단기간에 분해·발효시켜 퇴비로 만드는 기술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악취가 발생할 수 있다”며 “탈취제를 사용하거나 매몰지를 주민 거주지에서 떨어진 곳으로 옮기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워낙 짧은 기간에 AI가 급속히 확산하다 보니 매몰지의 입지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따져올 여유가 없이 급하게 살처분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동물 사체 매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 매몰하거나 관련 규정을 충실히 따르지 못하는 등의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점은 날씨가 풀리면서 언 땅이 녹아 매몰지 봉분이 내려앉거나 경사지에 조성된 매몰지에서 지반이 약해져 토사가 쓸려 내려가는 경우가 많은 해빙기에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농식품부 방역관리과 이용진 사무관은 “이번 합동점검에서는 일반매몰 방식으로 1만마리 이상 매몰해 상대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매몰지 위주로 점검을 했다”며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매몰지에 대해서는 문제 발견 즉시 현장에서 시정 조치했다”고 전했다.

이 사무관은 그러나 가금류보다 부피나 면적이 훨씬 커 매몰지만 5천여곳에 달했던 2011년 구제역 때와 비교하면 이번 AI 사태로 인한 매몰지 인근 환경오염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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