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호텔 체인이 난징(南京)대학살을 부인하는 서적을 객실에 비치해 중국과 일본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나고야(名古屋)시장이 공개적으로 “난징학살사건은 없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가와무라(河村) 다카시 나고야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937년에 발생한 난징대학살에 대해 “이른바 난징사건은 없었던 거 아닌가. 중국은 ‘시민 30만 명을 학살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일본인이 전원 난징에 가서 엎드려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시장은 일본 APA그룹이 자사가 운영하는 체인 호텔 객실에 난징대학살을 부인하는 서적을 비치해 중국에서 비판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호텔 객실에 서적을 비치한 데 대해 “내용과는 별개로 비치해도 된다”고 이해를 표시한 후 “시민학살은 없었던 거 아니냐. 통상적인 전투행위는 있었지만, 정부견해로도 ‘학살’은 시인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와무라 시장의 주장과는 달리 일본 정부는 피해자 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일본군이 난징에 들어간 후 비전투원을 살해하거나 약탈하는 행위 등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정부 견해를 외무성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다.

가와무라 시장은 2012년에도 같은 발언을 해 자매도시인 난징시와의 교류가 단절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가와무라 시장은 자신의 지론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파호텔 측이 난징대학살을 부인하는 서적을 객실에 비치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연일 맹렬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도쿄(東京)의 APA호텔 체인이 객실에 난징대학살 등 만행을 부정하는 우익서적을 비치한 것에 대해 “왔던 길을 망각하지 않아야 미래의 길을 잘 갈 수 있다”면서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한다는 의미이며 죄와 책임을 부인한다면 다시 범죄를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우리는 진심으로 일본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게 있는데 잘못된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중국에 와서 난징대학살 기념관을 참관한 뒤 양심을 찾고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7일 브리핑에서도 “일본에서 일부 세력이 계속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심지어 역사를 부인하며 왜곡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면서 “난징대학살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 군국주의가 범한 엄중한 반인륜범죄로 성실하게 역사를 대해야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발했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애용하는 도쿄 APA호텔 객실에 이 호텔 최고경영자(CEO) 모토야 도시오(元谷外志雄·73)가 저술한 극우 서적들이 비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객실 책상 서랍에 비치된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부활로의 제언’ 등에는 난징대학살의 존재 사실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어 보도가 나간 뒤 중국 여행사 ‘화왕 국제’가 APA호텔과 거래를 끊는 등 민간에서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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