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미국산 불매운동 가능성…골드만 “기아차 팔아라”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 중국에서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나 나이키, GM 등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크레디트 스위스가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한국의 기아자동차를 포함한 아시아의 수출 중심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2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크레디트 스위스는 2012년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을 보이코트한 것처럼 미중 무역전쟁 시 미국 제품에 대한 폭넓은 불매 운동으로 나이키와 GM, 포드, 티파니 같은 브랜드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의 제재로 레노버(Lenovo)와 ZTE 같은 중국 전자제품 수출업체가 궁지에 몰릴 것이라고 봤다. 보콤 인터내셔널의 애널리스트 훙하오는 “내가 이야기해본 사람들 대부분은 무역전쟁을 기본 시나리오로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블랙스완 이벤트로 여긴다”면서 “나는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블랙스완(Black Swan)은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일어날 경우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건을 말한다.

트럼프는 이달 초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발언을 부인했었다.

모건스탠리의 전략가 조너선 가너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45% 관세를 부과하면 MSCI 중국 지수는 현 수준에서 최대 3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콤의 훙은 전면 무역전쟁 시나리오에서 상하이종합지수가 현재보다 10%가량 낮은 2,800선 아래로 빠르게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중국에서 전자제품과 의류 업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봤다. 이들 회사의 미국 매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무선기술 업체 고어텍(GoreTek)과 의류회사 레지나 미라클은 미국에서 매출의 70% 이상을 올린다. 이는 MSCI 중국 지수와 홍콩 지수 종목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MSCI 미국 지수 종목에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반도체 제조사인 암바렐라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로 각각 90%와 60% 정도다.

전체적으로는 미국 기업이 중국보다 무역전쟁에서 잃을 것이 많다. MSCI 미국 지수 종목 가운데 중국 매출 비중이 10% 이상인 기업은 거의 10%나 된다. 반면 미국 매출 비중이 10% 이상인 중국 기업은 2%에 못 미친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레토 헤스는 무역전쟁으로 자동차 제작사 BYD와 스포츠웨어 업체 안타스포츠 등 중국의 토종 기업이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아닌 다른 외국 기업도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헤스는 “중국 소비자들은 미국 자동차 대신 독일제를 사고 나이키 셔츠 대신 아디다스 셔츠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배런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보호무역의 리스크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기아차 등 미국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5개 수출업체의 매도를 권유했다.

기아차 주가는 34% 하락할 것이라고 골드만은 전망했다.

골드만에 따르면 기아차는 생산의 40%를 미국에서 하고 있으며 10%는 멕시코, 나머지는 한국에서 하고 있다. 기아차는 차량의 4분의 1만을 미국에 팔고 있다.
얼핏 보면 트럼프의 표적 감이 아니지만, 문제는 GM이나 포드 같은 미국 자동차 제작사들이 미국에서 팔려고 수입하는 차가 아시아 업체들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라고 골드만은 지적했다.

기아차와 함께 중국 반도체회사 SMIC, 컴퓨터 부품과 자동화 도구를 만드는 대만 어드밴텍, 대만 PC 제조사 에이서, 인도 제약사 시플라 등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골드만은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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