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상단 모서리 찌그러짐 vs 양극 탭 부분 돌기

삼성전자는 23일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제품에 쓰인 삼성SDI와 중국 ATL 등 배터리 2종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결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차 리콜 대상 기기에 포함된 삼성SDI 배터리에서는 오른쪽 상단 모서리의 찌그러짐이, 같은해 10월 2차 리콜 대상 기기에 쓰인 ATL 배터리에서는 양극 탭의 돌기가 발생했으며, 이것이 발화의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미국의 제품 조사·검증·인증기관 UL, 분석기관 엑스포넌트 등은 각자 독립적 실험과 파괴·비파괴 분석을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다만 이들은 삼성SDI를 ‘A사’, ATL를 ‘B사’로 각각 지칭했으며 양사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갤럭시노트7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판과 음극판, 그리고 둘 사이의 분리막이 두루마리 형태의 ‘젤리롤’로 말려 있고 이것들이 다시 파우치 안에 들어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 찌그러진 삼성 SDI 배터리

삼성SDI 배터리에서는 음극 단자 근처인 오른쪽 위 구석에서 음극판이 눌려서 찌그러지는 현상이 결함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UL 분석 결과 젤리롤로 말려 있는 상단 부분이 이렇게 변형되는 현상이 공통으로 발견됐고, 왼쪽 상단보다 오른쪽 상단에서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

또 이 때문에 정상적인 충·방전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분리막이나 리튬 도금이 훼손돼 단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포넌트도 이런 현상을 지적하면서 파우치 구조가 전극 모음을 수용하기에 공간이 불충분하도록 설계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 뾰족해진 ATL 배터리

ATL 배터리에서는 양극 탭의 융착융착(融着·welding)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큰 돌기가 튀어나왔다.

이 뾰족한 돌기가 절연 테이프와 분리막을 뚫는 바람에 음극판의 구리 박막에 맞닿으면서 내부 합선이 일어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상적 충·방전 과정에서 살짝 극판이 부풀었다가 줄어드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이런 돌기가 튀어나와 있어서 합선이 일어날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UL과 엑스포넌트는 또 일부 배터리의 경우 양극판에 붙어 있어야 할 절연 테이프가 없어서 합선 위험이 더욱 컸던 점도 발견했다.

다만 이런 돌기 결함과 일부 절연 테이프 미부착 등 문제는 ATL이 처음 공급했던 초기 물량에는 없었고, 작년 9월 1차 리콜 후 새로 대체용으로 공급한 후기 물량에서만 발견됐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1차 리콜 대상에는 중국 시장에 공급된 ATL 배터리 탑재 갤럭시노트7을 포함하지 않았고, 한국과 미국 등에 공급된 삼성SDI 배터리 탑재 기기만 1차 리콜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ATL이 그 후 대체용으로 공급한 배터리 물량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지난해 10월에 모든 갤럭시노트7을 대상으로 한 2차 리콜이 발령됐다.

◇ 기기 본체에서는 발화 추정 요인 없어

삼성전자, UL, 엑스포넌트 모두 기기 본체에서는 발화 추정 요인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또 삼성전자가 배터리가 포함된 기기를 테스트했을 때와 배터리만 따로 테스트했을 때 발화 재연 비율은 각각 250곢(100만분의 1)과 230곢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대략 4000분의 1 확률로 발화가 재연됐으나 기기 본체가 발화 확률을 더 높이는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발화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돼 온 ‘에너지 고밀도화’는 배터리 결함이나 발화의 직접 요인이 아니라는 것이 삼성전자, UL, 엑스포넌트의 설명이다.

다만 UL은 일반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배터리 결함에 따른 문제가 악화되기 쉽다는 원론적 요인을 지적했다.

직접 요인은 아니지만,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발화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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