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때 일한 시계공장서 출마선언 “약자 위한 열망 포기못해”
文 ‘준조세폐지’·안희정 ‘공짜 발언’ 비판…“구태세력이 쓰는 말”

▲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대한민국 최초의 노동자 출신 대통령’을 내세우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 시장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등 경쟁주자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출마선언 장소로 택한 경기도 성남의 오리엔트 시계공장은 이 시장이 15세 ‘꼬마 노동자’ 신분으로 1979년부터 2년간 일했던 곳이다.

이 시장이 출마 선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1976년 봄부터 깔끔한 교복 대신 기름때 묻은 작업복을 걸친 채 어머니 손을 잡고 공장으로 향했다”고 회상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분당과 판교를 끼고 있는 성남시의 시장을 맡고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삶을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 시장은 함께 한 어머니를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떨리는가 하면, 출마 선언을 마친 뒤에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그는 “시계 문자판에 래커나 페인트를 칠하는 일을 2년 남짓 했다. 시너와 아세톤을 사용한 작업을 오래해서 후각이 마비되는 장애를 입었다”고 소개했다.

이 시장은 “제가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 출신 집안이다. 주변과 가족, 동료, 이웃들이 사회적 약자”라며 “공장에서 코흘리며 일하던 꼬맹이 노동자가, 대한민국 대통령 선호도 3위 오른것만도 엄청난 기적이다. 약자가 요구하는 열망을 포기할 수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신을 강요하고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열정페이‘를 작살낼 정책을 수립하겠다. 사례를 알려달라”며 사회적 약자인 청년층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하기도 했다.

이 시장은 ‘촛불 민심’이 최고조에 이를 때 광장의 지지를 바탕으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율을 턱밑까지 쫓아가는 등 야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으나 이후 하향 정체국면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시장은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함으로써 약화된 돌풍을 되살려 ‘문재인 대세론’을 깰 수 있는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복안이다.

이 시장은 무엇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철회라는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하며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재벌개혁에 대한 선명성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사드 배치는 잘못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철회해야 한다”며 “재벌과 아무 연고도 없는 저야말로 재벌체제 해체로 공정경제를 만들 유일한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전 대표가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과 같은 일을 막겠다며 ‘준조세 금지법’ 도입을 주장한데 대해선 “법정부담금을 준조세로 이름붙여 폐지하자는건 재벌과 전경련의 소망사항”이라면서 정면 비판했다.

이 시장은 “법정부담금을 폐지하면 법인세의 3분의 1 정도인 15조원을 깎아주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문 전 대표가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 못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전날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는 발언에도 “좀 실망스럽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시장은 “세금은 국민이 낸 것이고, 안보와 같은 필수 영역에 먼저 지출하되 최대한 아껴 국민 삶을 개선하는데 지출하라고 헌법에 써있다”며 “공짜라는 표현은 구태 기득 보수세력이 쓰는 말이다. 신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범여권 대권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화려한 고위공직 경험을 지녔지만, 아무것도 한게 없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국민이 생각하게 될 것”이라면서 “출마도 못하고 중도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벌로 생각되는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 시장은 “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적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 시장은 “경선은 행동하는 적극적 지지자로 결판난다. 그래서 대세는 없고, 대세는 깨지기 위해 있다는 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 역사상 가장 청렴 강직한 대통령 ▲ 약자를 위한 대통령 ▲ 친일 독재 부패를 청산한 첫 대통령 ▲ 금기·불의·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대통령 ▲ 약속을 지킨 대통령 등을 내세웠다.

기본소득 등 공약이 포퓰리즘 아니냐는 지적에는 “불효자가 효자인 형제에게 ’왜 부모에게 잘보이려고 그러냐‘고 하는 것처럼 들린다.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정치인이 국민에 봉사하는 게 당연하다. 권력과 예산을 국민을 위해 쓰는 사람을 비방하려 만든 말이 포퓰리즘”이라고 역설했다.

이 시장은 출마선언식에 가족을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어머니를 비롯해 요양보호사와 청소회사 직원, 환경미화원 등으로 일하는 형제들을 소개하는 등 가족사를 이야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자신의 가족이 사회적 약자로 살아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셋째 형의 형수를 상대로 한 욕설 녹음 파일에 대해 자연스럽게 해명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한 때 가장 사랑했고 가까웠던 셋째 형님, 안타깝게도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며 “성남시장이 된 후 시정에 개입하려는 형님을 막다가 의절과 수모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의 모든 판단과 행동과 정책은 제 삶의 경험과 가족 이웃의 현실에서 나온다”면서 “약자의 희생으로 호의호식할 수 없었고, 빼앗기지 않고 누구나 공정한 환경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 저의 행복이기 때문에 저는 저의 행복을 위해 싸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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