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제조·판매업체…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 강화
LG, 반도체 제작서 손떼…“비주력 사업 정리”

SK㈜가 반도체용 웨이퍼(기판) 전문 기업인 LG실트론을 인수해 반도체소재 분야 사업 수직 계열화에 나섰다.

이번 인수ㆍ합병(M&A)은 SK그룹과 LG그룹 간의 ‘반도체 빅딜’로 볼 수 있다. SK㈜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천2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날 결의에 따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번 작업은 지난해 SK㈜의 신임 CEO로 부임한 장동현 사장의 첫 M&A 작품이기도 하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제조·판매하는 전문 기업이다. 300㎜웨이퍼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일본과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의 소수 기업만이 제조기술을 보유하는 등 기술 장벽이 높은 소재 분야로 꼽힌다. 국내 기업으로는 LG실트론이 유일하게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혁신에 따라 반도체용 웨이퍼 산업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일의 공급업체인 LG실트론이 해외업체가 아닌 국내 대기업에 인수됨으로써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및 국내 사업장의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빅딜’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2011년 약 3조4천억원에 하이닉스반도체 경영권을 인수,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사업을 키워왔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경기도 이천의 공장 M14 준공식에 참석, “2024년까지 46조원을 반도체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중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2조2천억원을 투입, 충북 청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추가로 밝혔다. 공장 완공 후 내부 반도체 제조장비를 완비할 경우 최대 투자액은 15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조원 클럽 재가입을 노리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SK그룹은 M&A를 통한 반도체 수직계열화도 추진 중이다.

SK㈜는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OCI머리티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반도체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이번 LG실트론 인수를 통해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핵심소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삼불화질소(NF3) 세계 1위 업체인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산업용가스 제조사인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합작법인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하는 등 반도체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지난해 매출은 4천6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그룹으로서는 이번 ‘빅딜’로 반도체 제작 사업에서는 완전히 손을 뗐다.

LG그룹은 1989년 금성일렉트론을 설립,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1995년에 이름을 LG반도체로 바꾸고 사업을 키워왔지만,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분을 현대전자사업에 넘겼다. 이 회사는 현재 SK하이닉스가 됐다.

LG실트론은 1990년 동부그룹에서 넘겨받아 경영권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이 역시 SK그룹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LG그룹은 다만 반도체 설계 업체인 LG 실리콘웍스는 아직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실탄을 어디에 쓸지 주목하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M&A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새로 확보한 현금 6천200억원으로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신성장사업으로 삼는 에너지, 자동차 전장 사업 등에 집중하고 연관성이 낮은 실리콘 웨이퍼 사업은 떨치고 가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며 “매각 대금의 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