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불황에 김영란법까지
동구 전통시장 설대목 썰렁
상인들 매출 급감에 한숨만

▲ 설 명절을 앞두고 23일 울산시 동구 전통시장인 대송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조선업 종사자들 월급이 반토막 났다고 하니 누가 돈을 쓰겠는겨?” “현대중공업 때문에 동구 경제가 사는데, 다들 어렵다고 난리니 올해 설은 명절같지도 않습니더~”

수년간 이어진 조선업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울산 동구지역 전통시장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또한차례 우울한 설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장을 보러온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동구지역 시장들은 대부분 한산했고, 추운 날씨까지 겹치면서 시장 분위기는 더욱 썰렁했다.

23일 찾은 동구 대송시장에는 물건을 나르는 트럭과 오토바이만 오갈 뿐 장바구니를 든 손님은 잘 보기 어려웠다. 손님 없는 매대에 상인들은 연신 시린 손을 불어가며 물건 정리에 바쁜 모습이었다.

대송시장에서 아채를 파는 임상진(51)씨는 “오전시간이라도 대목장이라 장보러 온 손님이 북적거려야 하는데 시장이 썰렁하다”면서 “조선업 종사자들 월급이 반토막 났다고 하니 누가 돈을 쓰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근처에서 미역 등 해산물을 파는 한 상인도 “손님들이 예전에 만원 쓸거 이제는 5000원밖에 쓰질 않는다. 작년 설 대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고 토로했다. 동구 경제는 현대중공업 때문에 사는데 다들 어렵다고 난리니 올해 설은 명절같지도 않다도 했다.

제수용 전, 튀김 등을 주문 판매하는 반찬가게도 올해는 기본인 7만원대 품목이 가장 인기다.

명절을 앞두고 그나마 식재료는 소비가 있는 편이지만 이불, 옷 등을 파는 가게들은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대송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식재료야 안 살 수 없어 손님이 있지만, 우리가게에는 구경오는 손님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명절이 비수기인 이불가게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 이불가게 주인은 “이불은 초겨울이 성수기인데 경기가 안좋아 올해는 장사가 영 시원찮다”고 말했다.

인근 전하시장의 사정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골목을 따라 길다랗게 나있는 시장길에는 오가는 사람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전하시장에서 식육점을 하는 이영필(65)씨는 “올해는 청탁금지법으로 선물수요까지 줄면서 명절 장사가 영 신통치 않다”면서 “지난해 말부터 예년 매출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천상영(50)씨도 “설에는 떡국도 많이들 찾는데 올해는 제수용 떡이나 떡국 떡이나 매출이 크게 줄 것 같아 예년에 비해 절반정도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하시장에 명절 장을 보러 왔다는 60대 주부는 “경기가 어려워도 풍족하게 보내는게 명절인데 다들 형편이 너무 나빠 큰일이다”며 “가족들이 많이 오지만 넉넉하게 준비하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서정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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