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시집 ‘온유’ 발표
세월호 사건 느낀 시도 담아

▲ 시집 <온유>

김성춘(사진) 시인이 6년 만에 열두 번째 시집 <온유>를 발표했다. 현재 경주에 거주하고 있는 김 시인은 경주지역을 소재로 한 시와 일생생활을 담은 시편을 다수 시집에 담았다.

특히 시인은 6·25전쟁 중에 경주로 피난 온 박수근 화가가 계림 숲에 자주 갔던 것을 상기하고 ‘계림의 늙은 회화나무와 나’를 쓰기도 하고 지난해 발생한 경주지진을 떠올리며 ‘어떤 경주의 밤’을 썼다. ‘깊고 푸른 경주’나 ‘왕릉’도 경주 관련 시편이다.

시집의 제목은 손녀의 이름을 따서 ‘온유’로 했다. 온유(溫柔)의 사전적인 의미는 마음씨가 따뜻하고 부드러움이다. 온유라는 명사 자체를 탐구한 시도 있다.

“너를 생각하면 산다는 건 신비다/ 너를 생각하면 어떤 슬픔의 강도 내겐 친구다/ 먼 곳에서 찾아오는 마법성의 새 한 마리/영원이라는 시간 속에 솟아나는/비밀의 초록정원이여…”(‘온유’ 중에서)

세월호 사건이나 청도 소싸움을 지켜보며 쓴 시도 있다.

“청도 소싸움장에 가서 보았다/날카로운 뿔과 뿔의 부딪힘!/뿔과 뿔 사이 처절한 허공/한 치의 틈도 없었다/하늘 끝이 주저앉았다/그날 나는 보았다/마지막 투혼까지 불사르던 늙은 소의 부르짖음//그가 뚝뚝 흘리던/슬픔도 모르는 채 흘리던/인간적的/눈물을.”(‘슬픔에 대하여3’ 전문)
 

 

이밖에 4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시와 김 시인의 예술적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시, 해외여행하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시도 수록돼 있다.

이승하 문학평론가이자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는 해설에서 “온유(溫柔)를 추구하는 시집”이라면서 “김 시인의 시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차고 강한 것을 녹이는 힘이 있다. 그러한 언어로 이뤄진 시 한 편이 누군가의 상처 난 가슴을 어루만져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춘 시인은 1942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대교육대학원을 졸업, 43년간 교직생활을 하다 울산무룡고등학교장으로 퇴직했다. 1974년 <심상> 제1회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으며, 울산문학상, 경상남도 문학상, 월간문학동리상, 비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방어진 시편> <그러나 그것은 나의 삶> <수평선에 전화 걸다> <물소리 천사> 등이 있다. 현재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 출강하고 있으며, 계간지 <동리목월> 기획주간을 맡고 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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