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이른바 기성정당에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의 중심 후보가 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이에따라 조기 대선가도에서 정치권이 또다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기성정당 입당하지 않고
제3지대 중심후보 가닥
“양극단 제외 모두와 협력”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
“당적없이 제3지대 불가”

특히 반 전 총장의 입당을 기대했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등 범 보수진영은 향후 대선후보 로드맵과 대선전략을 새롭에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반 전 총장은 23일 서울 마포에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몇몇이 제3지대론을 언급하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대로 그렇게 나갈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진보보다는 보수진영에 터전을 잡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시사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중도 사퇴는 있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기자들에게 새누리당에 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새누리당 안 간다는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바른정당 간다는 이야기도 한 적 없다”고 부연했다.

한 참석의원은 “반 전 총장은 어느 정당에 가겠다는 이야기를 본인 입으로는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한 친박핵심 의원은 “의원들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입당 관련한 말이 있지 않았냐. 복수의 언론에 보도도 있었다’고 하자 ‘그런 것이 아니다. 통합적으로 가야지 선별적으로 어느 정당에 들어간다는 게 아니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자신이 내세운 정치교체의 조건으로 개헌을 강조하며 “30년 된 헌법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 정병국 초대대표는 이날 한 방송에 출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당적을 갖지 않고 제3지대론을 거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설연휴 전 바른정당 입당론을 제기한 뒤 “빅텐트를 치려고 하더라도 중심기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바른정당 소속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반 전 총장의 영입 제안을 받은데 대해선 “반 전 총장이 다른 당적을 갖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당적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가운데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자신의 정치적 좌표로 제3지대를 제시하면서 정계개편 등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반 전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강조한 ‘정권교체’는 친박 패권주의가 친문 패권주의로 넘어가는 것에 불과한 만큼 개헌을 통해 정치의 문화와 풍토를 갈아엎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3지대론에 대해 “국가와 국민에 관심 없고 이념에 빠진 양극단 세력을 제외한 분들이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여기에 동의하시는 모든 분을 열린 마음으로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