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울산시장

연초에 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세계 3대 ‘가전전시회’라는 CES(국제가전전시회)와 실리콘밸리, 테슬라를 3박6일 일정으로 돌아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출장은 충격의 연속이었고, 아직 늦지 않았음을 확인한 기회였으며, 울산이 희망임을 확신한 출장이었습니다.
 

美국제가전전시회·실리콘밸리 등 방문
모든 영역의 AI와 공생 문화 접한 기회
울산, 4차 산업혁명 흡수하는 통로돼야
속도단축으로 울산경제 연착륙 이끌것

CES는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작년 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AI가 안방까지 들어왔구나 하는 충격이상이었습니다. AI는 자동차와 생활 등 모든 영역에 스며들었고, 로봇도 상상이상이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야심차게 내어놓은 작품들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모태입니다. 이미 익숙한 이름이 되었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서부개척시대의 프론티어 같았습니다.

공생의 문화와 공존의 문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는 부러웠고 배워야 할 숙제였습니다.

누구와 일 해보았는가, 얼마나 실패해보았는가를 투자자들이 주로 질문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그들의 발상이 놀랍고,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우리를 더 이상하게 보던 눈이 잊히지 않습니다.

테슬라도 그랬습니다. 무상특허공유는 특허전쟁과 저작권료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우리에게 여전히 낯설었습니다. 승자독식의 패러다임을 벗고 공유와 공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하면 당연한 길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현실입니다. 4~5년 내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정도로 생활 중심에 등장할 가까운 미래입니다. 이 물결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사실 없습니다. 하루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입니다.

우리는 국사를 배울 때 가장 안타까워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정치의 중심이 되었다면, 쇄국이 아니라 개방을 했더라면, 하는 것입니다.

조선 말기에 개방이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을 피하다가 나라를 빼앗기고 근대화에 뒤쳐졌습니다. 재일동포 사학자 강재언 교수는 근대화에서 한국과 일본의 결정적 차이를 나가사키의 데지마(出島)라는 작은 섬에서 찾았습니다.

일본 역시 개국과 쇄국의 갈등이 있었지만 데지마라는 출구를 만들어 신문물을 흡수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데지마의 존재가 한국과 일본의 100년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견해도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눈을 돌려 현실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데지마’는 있는가? 이 질문에 울산이 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계 3대 ‘가전전시회’인 CES(국제가전전시회)를 참관한 김기현 울산시장(오른쪽)이 현대차가 출품한 AI(인공지능) 자동차에 탑승, 시현하고 있다.

아니 울산이 답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울산은 창조적 DNA를 가진 도시입니다. 흙덩이에서 철을 뽑아냈고, 바닷물에서 소금을 만들어냈으며, 배를 만들어 고래를 좇았습니다.

현대에 와서도 울산은 특유의 개방성과 창조적 DNA를 기업가정신으로 승화시켜 가난을 극복하고 희망을 만든 산업화의 기관차였기 때문입니다. 앞선 나라에 비해 늦었을지 몰라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이미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를 자임하는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세계경제포럼과 협력을 강화해 주력산업을 4차 산업혁명화하고,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평가받는 전지산업과 수소산업, 부품·소재산업, 바이오 메디컬, 3D 프린팅, 게놈산업들을 육성해가고 있습니다.

지난 14일 방한한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한국의 그래핀 산업, 특히 울산을 주목하고 있으며, 테슬라와 로컬모터스를 비롯한 국내외 기업들이 울산의 노력을 평가하는 것은 우리가 방향을 놓치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속도입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땀과 정성, 그리고 필요한 절대시간이 있지만, 관건은 그 시간을 우리가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50억원이 투입될 올해 산업진흥계획을 수립하면서 이 문제에 많은 고민을 담았으며, 산학민관의 협력을 강화하고 신산업에 필요한 인재육성은 물론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시정혁신과 새로운 기업문화 형성에 박차를 가해 아쉬움을 희망으로 바꾸어 갈 것입니다.

울산의 소중한 자산인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 DNA, 위기에 빛나는 시민정신을 살리고 키워서 4차 산업혁명시대, 울산 경제의 연착륙을 이끌어 내겠습니다. 거기에 울산의 미래가 있고, 다음세대의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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