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 특히 울산공장 생산라인 확대에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됐던 현대자동차가 울산1공장 개선공사를 시작했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생산하는 소형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OS’(프로젝트명)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사실상 백기투항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이번 미국 투자에 대해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신기술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확대 등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자동차산업의 추이를 감안하면 신규공장 증설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의 국내 공장, 특히 울산공장은 지난해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로 물량이 대폭 감소한데다 새해벽두부터 미국투자 증설계획이 발표되면서 수출물량이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을 통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차량 가운데 70% 정도를 현지생산하는 반면 나머지 30% 가량은 국내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생산설비개선을 통해 주력차종으로 삼고 있는 소형 SUV의 생산을 울산공장에서 하겠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울산1공장은 엑센트와 벨로스터 2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공사로 1개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설비개선에는 2200억원이 투입돼 오는 2월27일까지 공사가 계속되면서 지역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95개 설비업체에서 하루 3200여명의 근로자들을 투입한다. 지역 자동차 협력업체에서도 모처럼의 활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825만대로 제시하면서 ‘SUV 라인업 확대’를 최우선 순위에 두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세단에서 SUV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략의 첫 신호탄이 울산공장에서 시작된 것이다.

설비업체들에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울산공장의 수출물량이 증대되면 일감도 대폭 늘어나 고용안정성 확보도 기대된다. 신차종 생산으로 판매가 늘어나면 물량증산과 함께 추가고용과 협력업체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화는 자동차산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역 소상공인 경제 활력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처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새로운 활력이 느껴진다. 올 한해 울산지역 경기 활성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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