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 겨울철 골절 대처

▲ 김태형 울들병원 정형외과전문의가 골절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골밀도 약한 노인
가벼운 엉덩방아에도 쉽게 골절
거동 힘들어지면 혈액순환 차질
신체기능 저하로 혈전증 우려 증가
합병증으로 1년 내 사망 20%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
연골조직의 성장판 골절땐 손상 쉬워
뼈 붙어도 길이 짧아지고 관절 휠 가능성
성장판 손상 정확한 진단 어려운데다
후유증 나타나는데 시간 걸려 정기검사 필수

주부 이모(48)씨는 최근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해 큰 사고는 면했지만 팔목이 저리고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씨는 다소 아프더라도 파스를 붙이고선 ‘며칠 지나면 괜찮겠지’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이씨는 골절 진단을 받고 뒤늦게 치료를 받게 됐다. 이러한 골절은 한창 뼈가 성장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심각한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 뼈가 약한 노인들은 뼈가 잘 붙지 않고 심각한 합병증으로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으므로 조기에 정확히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노인 골절 치료시기 놓치면 위험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계속되면서 골절 환자들이 늘고 있다. 기온이 내려가면 인체는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피부 표면과 관절로 가는 모세혈관을 수축시킨다. 이로 인해 관절 주변의 근육과 인대로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관절이 경직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유연성이 떨어진 관절은 조금만 부주의해도 넘어져 골절이 발생하게 된다.

노인들은 엉덩이뼈와 척추에 골절을 입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균형감각이나 사고 위험에 대처할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골절상을 입기 쉽다. 특히 노인의 경우 골밀도가 낮아져 뼈가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벼운 엉덩방아나 길에서 미끄러지는 등의 작은 충격에도 엉덩이뼈나 척추를 다칠 수 있다.

김태형 울들병원 정형외과전문의는 “노인들 스스로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하거나, 가족들이 ‘나이가 드시니 엄살이 심해졌다’는 식으로 골절을 방치하거나 파스만 바르고 지내는 경우가 있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엉덩이뼈나 척추에 골절을 입었음에도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몸을 움직일 수 없어 방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해 혈액순환이 떨어지면서 심장, 허파, 방광 등의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욕창이나 혈전증이 발생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김 전문의는 지적했다.

최근 연구논문에 따르면 노인의 경우 골절로 인해 거동하지 못할 경우 합병증으로 1년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20% 정도에 이른다. 또한 척추뼈가 골절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서서히 꼬부랑 허리로 변형될 수 있다.

김 전문의는 “노인들의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고 일주일에 2~3번씩, 한 번에 30분 이상 빠른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을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며 “필요한 경우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서 골다공증약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된다. 또한 겨울 외출 시에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넘어지지 않도록 지팡이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어린이의 경우 성장장애 일으킬수도

어린이들은 팔이나 다리에 골절을 입는 경우가 많은데, 성장기 어린이의 관절에는 뼈를 길게 자라게 하는 성장판이라고 하는 특수조직이 있다.

성장판은 뼈보다 약한 연골조직으로 충력에 약하기 때문에 어린이가 골절을 입을 경우 성장판까지 손상될 수 있다. 만일 성장판까지 손상되면 나중에 뼈가 붙더라도 다친 부위의 뼈 길이가 짧아지고 관절이 휘면서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성장판의 손상은 없더라도 다친 부위의 회복을 위해 혈액공급이 급증하면 오히려 뼈가 길게 자라는 과성장과 같은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다. 대한소아정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성장판 손상은 손목주위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며 무릎주위나 팔꿈치주변의 성장판에서도 비교적 흔히 발생한다.

김 전문의는 “성장판 손상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성장판이 부드러운 연골조직이라서 일반 X-ray 검사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특히 어린이들은 사고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며 “이 때문에 성장판 손상에 따른 후유증 발병을 확진하기 까지는 짧게는 2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초기에 치료를 한 두번 받고 치료를 중단하면 성장판 손상 및 후유증 발병 확인이 어려워진다. 성장장애로 인한 사지기형 등도 초래될 수 있다. 이에 신속하게 치료를 받고 괜찮다고 생각돼도 3~6개월마다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김 전문의는 “가정에서는 부모님들이 아이의 행동을 잘 살펴보고 이상이 없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의 다친 관절 부위가 한쪽으로 휘어지거나, 허리띠 라인 한쪽이 내려가 보이는 경우, 아기가 뒤꿈치를 들고 걷거나 신발 안쪽이나 바깥쪽이 더 빨리 닳는다는 것은 성장장애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정형외과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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