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현 경주박물관 학예사
‘신라문물연구’ 논고서 주장
‘서술어 반복’ 근거로 들어

▲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보물 제1411호 ‘임신서기석’. 연합뉴스

‘임신년 6월16일에 두 사람이 함께 맹세하여 기록한다. 하느님 앞에 맹세한다. 지금으로부터 3년 이후에 충도(忠道)를 지키고 허물이 없기를 맹세한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보물 제1411호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에 나오는 문구 중 일부다.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이 비석의 글자 74개에는 화랑으로 추정되는 젊은이 두 명의 맹세 내용이 담겼다. 한자를 중국어가 아닌 우리말 어순에 따라 적은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임신서기석에 기록된 ‘임신년’을 두고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해 552년설, 612년설, 732년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용현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가 박물관이 발간한 <신라문물연구>(9집) 논고를 통해 552년설을 지지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 학예연구사가 552년설을 주장하는 근거는 바로 글쓴이가 사용한 문체에 있다. 그는 ‘하느님 앞에 맹세한다. 지금으로부터 3년 이후에 충도를 지키고 허물이 없기를 맹세한다.’(天前誓今自三年以後忠道執持過失无誓)는 문장에서 ‘맹서할 서’(誓) 자가 앞쪽과 뒤쪽에 두 번 나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보통의 중국 문장이라면 동사를 반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두 번째 서(誓)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문체는 신라에서 6세기 초중반에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서술어 반복 문체가 쓰이는 시기를 보면 임신서기석의 임신년은 다수설인 612년이 아니라 552년이 확실하다”며 “이로써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하는 이두가 6세기부터 사용됐음을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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