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혜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우리 전통 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형성된 공동체 의식이라 할 수 있다. 밥을 주식으로 했던 우리조상들의 벼농사는 품앗이, 계, 두레 등 서로 힘을 보태고 돕는 상부상조의 협력이 필요하였으며 식생활도 자연스레 공동체 문화로 갈 수밖에 없었다.

관혼상제, 명절 등의 행사에서는 ‘동네잔치’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처럼 규모가 더욱 큰 음식 나눔이 행해졌다. 이때는 가족, 이웃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함께 음식을 나눌 수 있었으며 그 곳을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함께, 기꺼이 음식을 베풀기도 하였다. 이는 우리 조상의 풍습이 개인주의가 아니라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성격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떡이나 과일 등의 음식을 조금씩 따로 담아 손님들에게 쥐어 보내는 풍습은 아직까지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는 떠나는 손님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더 채워주고자 하는 의미와 함께 참석하지 못한 또 다른 이들에게도 음식을 함께 나눔으로서 정을 베풀고 일체감을 느끼고자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식문화에서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TV프로그램에서 한 외국인 신부님이 운영하고 있는 무료급식소가 소개되었는데 그곳은 매일 550명의 한끼를 책임지고 있었다. 한끼 식사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은 여느 무료 급식소와는 다를 것이 없었으나 신부님이 급식을 하기 전에 봉사자들에 당부하는 말씀과 행동은 큰 여운을 남겼다. 봉사자들에게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인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아 배식을 하도록 당부하였으며 신부님은 배식 전에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두 손 모아 인사하며 “환영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많이 드십시오”라고 허리 굽혀 인사를 하였다.

그 급식소는 계약이 만료돼 이제 다른 곳으로 옮겨야 되는 상황이었으나 기도와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앞으로도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신부님은 믿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젊은 부부가 찾아와 봉투를 내놓으며 첫 아이의 돌잔치 대신 아이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돌잔치 비용을 기부 하였다고 한다. 지금의 젊은 부모들은 더 화려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행사들을 즐기기도 하나 아직도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생각할 줄 아는 이들도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곧 설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굶주리고 힘든 사람, 하루 한 끼의 해결이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올 설에는 아이와 함께 주변의 소외된 이웃이 없는지 찾아보고, 배려하고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도록 하자. ‘나눔’과 ‘함께’의 정신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새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영혜 울산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울산과학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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