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불안정은 투자기피로 이어진다
지역경제 불확실성 줄이는 차원에서
울산시가 노사상생에 적극 나서야

▲ 신형욱 사회부장

2017년은 울산이 광역시로 승격된 지 꼭 20년이 되는 해다. 울산시는 이를 기념해 울산 방문의 해 등 다양한 축하행사를 마련하고 시민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잔치분위기 속에 2017년을 맞이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수년째 지속된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울산의 주력산업인 제조업 침체가 지역의 경제체질을 약화시키고 있는데다 미래먹거리 사업도 기대감을 갖기엔 아직이다. 울산시가 역점사업으로 중점 추진하고 있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과 울산산재모병원 설립,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립 등은 탄핵정국 속에 더욱 꼬이는 형국이다. 해를 넘긴 현대중공업의 노사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도 설밑 울산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올해 울산의 노사 관계는 가시밭길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새해 들어 설 이전에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짓겠다며 요구안과 제시안을 상호 전달했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더욱이 현대중 노조가 12년만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에 가입하면서 금속노조의 교섭 자격여부가 또다른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7년 임금교섭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다. 지난해 파업 등으로 51만3605일이란 근로손실일수를 기록했던 현대자동차의 노사관계도 전망이 밝지 않다. 지난해 매듭짓지 못했던 임금피크제 도입 등 현안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노조위원장 선거도 예정된 상황이어서 임단협의 조기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기간 갈등국면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올해 노사관계 전망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불안정성으로 노사관계가 매우 불안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같은 불협화음의 노사관계가 투자 기피 등 지역 경제체질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사실 지역 내 주력공장을 두고 있는 상당수 대기업들이 지역의 강성 노조를 이유나 핑계로 울산 추가 투자를 꺼린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하는 바이다. 현대자동차와 SK에너지 등 상당수 기업들이 올해 국내외에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울산은 빠져 있다. 다만 현대차가 2200억원을 들여 울산1공장에 생산설비 구축 개선공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전체 투자금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지역 경쟁력 강화의 핵심인 지방정부의 역할이나 중재력도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공약사항인 울산노동복지센터 건립이 삐걱거리는게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울산시와 노동계 모두 이유가 있고, 뉘앙스의 차이가 있지만 소통의 문제를 들어내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김 시장이 취임 이후 통통대화를 이어가며 소통행정을 펼치고 있지만 노동계와의 소통에는 한계가 있는 듯하다.

김 시장의 노사관계를 바라보는 인식도 원칙론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 김 시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노사문제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울산의 노사문화는 1989년부터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쳤고 지금은 성숙했다”며 “시민들도 신뢰를 기반으로 노사를 함께 보는 시선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울산의 대외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좀더 적극적인 의지피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2017년이 어느해보다 지역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에서 김 시장의 노사관계에 대한 원론적 상황 인식은 해법이 아니라는 인식도 있다. 30년이 다돼가는 갈등의 노사관계로 투자기피 등 울산이 겪었던 직·간접적 피해를 시민이라면 대부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은 현재의 울산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해야 할 때다. 그러려면 상생의 노사관계와 지방정부의 일정한 역할이 필수적이다. 올해 울산 노사정의 관계 설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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