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무기’ 출간

▲ 작가 이응준(47)이 산문집 ‘영혼의 무기’(비채)를 냈다. 1990년 등단 이후 소설과 시를 함께 썼고, 시나리오에 영화 연출까지 전방위로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산문집은 처음이다. 작정하고 모은 듯 1996년부터 20년간 기록들을 800쪽 넘는 분량에 빼곡히 담았다. 연합뉴스

작가 이응준(47)이 산문집 ‘영혼의 무기’(비채)를 냈다. 1990년 등단 이후 소설과 시를 함께 썼고, 시나리오에 영화 연출까지 전방위로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산문집은 처음이다. 작정하고 모은 듯 1996년부터 20년간 기록들을 800쪽 넘는 분량에 빼곡히 담았다.

7부로 나눠 내보이는 사유의 폭은 시간의 길이 만큼이나 넓다. TV드라마부터 정치·사회·문화 비평까지 종횡무진이다. 문학적 자전 성격의 글, 앙드레 말로부터 마르그리트 뒤라스, 김수영까지 독자로서 보낸 시간을 각각 별도로 묶었다.

“막말로 들릴지 모르겠으나 사실 위로는 백설탕처럼 달 뿐 인생을 당뇨에 걸리게 한다. 이유 없이 돈을 받았다면 경계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기하게 위로받았다면 의심해야 한다. (…) 이제는 이 사회라는 시스템이 젊은이들을 착취하는 것도 모자라 위로까지 기획해서 편집하고 포장한 다음 과장 광고까지 해서 장사해먹고 있으니, 과연 큰 도둑은 성인(聖人)인 체하는 법이다.” (‘위로를 거부하는 청춘’)

애완견 ‘토토’와 함께 살며 쓴 시편, 시인 함성호와 어울린 기록들이 또 한 묶음이다. 마지막 7부 ‘바다 위 밀봉유리병 속에서’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일기 500여 편을 실었다. 이 정도면 작가가 생산한 비문학 텍스트를 거의 빠짐없이 실은 셈이다. 작가는 이 책을 “내 청춘의 모든 백병전들에 대한 수기”라고 했다.

모든 진영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작가의 외고집은 산문집 대신 붙인 ‘이설집’(異說集)이라는 부제에서 잘 드러난다. “남과 똑같다는 게 좋은 말이 아니죠. 글쓰기는 자기 스타일을 만드는 과정인데, 남이 안 해본 걸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2014년 남북통일을 둘러싼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논픽션 ‘미리 쓰는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어두운 회고’를 내기도 했다. 이번 산문집을 신변잡기가 아닌, 진중하고 무거운 비평 성격의 글들로 채운 이유는 그가 추구하는 문필가상(象) 때문이다.

“20세기에는 정치와 혁명, 삶의 문제를 작가에게 질문했습니다. 작가는 현대 사회의 사제이자 철학자였죠. 요즘은 작가에게 재미있는 얘기나 해보라고 해요. 시대가 바뀌고 작가라는 신분이 천해졌어요. 저는 20세기 작가의 자세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자칭은 ‘아웃사이더’지만 사람들은 통일 대한민국을 묘사한 소설 ‘국가의 사생활’의 작가로, “너를 전부 여행하고 나면/ 우린/ 멸망이니까”(‘애인’)라며 사랑을 노래한 시인으로, 드라마로 제작된 ‘내 연애의 모든 것’의 원작자로 각자 달리 기억한다.

재작년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응준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면 그에 대한 기록을 우선 찾아볼테지만 책에서 얻을 것은 별로 없다. 일기 역시 문제제기 직후 3개월간은 빠져 있다. 832쪽. 2만7천500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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