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PD·외주 프로덕션도 직격탄”

▲ 중국의 한류 스타로 떠오른 가수 황치열 [하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 국적 가수들의 중국 활동은 ’올 스톱‘이나 다름없습니다. 공연 불허는 물론이고 방송사 섭외 요청도 뚝 끊겼습니다.”

한국 가수들의 중국 활동을 돕는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26일 “상황이 무척 심각하다”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정국’의 장기화를 우려했다.

지난 24일 소프라노 조수미와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중국 공연이 일방적으로 취소됐다는 소식까지 들리자 한류를 견인하는 대중문화계를 넘어 그 범위가 확산한 듯하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에이전시 관계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가수는 현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한국 연예인은 물론 중국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까지 제작에 제동이 걸려 귀국한 연출자도 있다”고 말했다.

연예계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가수들의 공연 허가가 나지 않고 싸이와 황치열 등의 가수들이 중국 방송에서 모자이크 처리되거나 통편집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문서는 없으나 중국 휴대전화 광고 모델인 송중기가 중국 배우로 교체됐고 유인나가 촬영 중이던 중국 드라마에서 하차하는 등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을 피부로 느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800석 규모의 악동뮤지션 쇼케이스를 허가하면서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실제 FT아일랜드도 지난해 12월 상하이대무대에서 2천석 규모로, 장근석은 이달 8일 광저우(廣州)에서 1천여 석짜리 공연을 했다. 그러나 FT아일랜드의 경우 이미 작년 8월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은 공연이었다. 반면 같은 달 엑소 1만석 규모의 난징(南京) 공연은 중국 주최측의 요청으로 잠정 연기됐다.

또 다른 중국 에이전시 관계자는 “작년 말 현지에서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에서만 2천석 미만 공연을 점차 허가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며 “하지만 ’일단 서류를 제출해보라‘는 것일 뿐 요원하다. 일찌감치 허가가 떨어진 공연에서도 공안의 경비가 무척 삼엄하고 심지어 공안이 가수들의 멘트를 통역해달라고 했다는 말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기획사들도 지금으로선 중국 활동이 원천 봉쇄 수준인 만큼 대만과 홍콩 등 중국어권에서 가수들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 멤버가 있는 한 아이돌 그룹의 기획사 대표는 “중국 등 해외 국적 멤버만 현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그룹 전체로는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지에서 활동 중이다. 그런데 요즘은 홍콩도 중국을 의식한 탓인지 공연 허가가 떨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황치열의 소속사 이사도 “작년 상반기만 해도 중국 예능 섭외가 이어졌는데 작년 가을 인터넷 방송인 중국판 ’아빠 어디가‘ 이후 출연 요청이 없다”며 “중국어권 인기는 꾸준해 대만과 말레이시아에서 팬미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런닝맨’ 등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 진출한 예능 PD나 외주 프로덕션의 상황도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에서 머물며 현지 방송사 프로그램을 연출한 한 외주 프로덕션 PD는 “대놓고 한국 PD가 제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 연출자의 작품이 방송사에서 거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주 프로덕션 직원은 “한국 스태프가 제작 현장에 있으면 촬영해서 신고한다는 소문까지 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중국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놓고 일본과 영토분쟁을 벌이며 일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표출했는데 ‘한한령’이 ‘혐한’(嫌韓)으로 치달을까 걱정했다.

한중 합작 콘텐츠를 제작 중인 한 기획사 홍보실장은 “현지에서는 한국을 바라보는 정서가 영토분쟁을 벌인 일본에 대한 감정과 비교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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