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점매석 했다면 신선도 떨어지는 계란 유통될 수도”

▲ 매장에 수북이 쌓여있는 계란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품귀 현상까지 빚었던 계란이 성수기인 설 연휴를 앞두고 한꺼번에 시중에 쏟아져나오면서 일각에서 신선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소매점에서 물량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30개들이 판란이 최근 2~3일 사이 급격히 시장에 나오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매점매석이나 사재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주 전만 해도 30개들이 판란을 구경하기도 어려웠던 서울 종로구 영천시장 인근 한 슈퍼마켓에는 설 연휴 직전인 26일 30개들이 판란이 매장 한 쪽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계란을 고르던 주부 안모(51) 씨는 “그동안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던 30개들이 판란이 어디서 갑자기 이렇게 많이 쏟아져나왔는지 모르겠다”며 “계란이 많아져 좋긴 하지만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39) 씨는 “없던 계란이 갑자기 많아지니 좀 이상하다”며 “생산농가나 중간 유통상이 폭리를 취하려고 쟁여놓고 있다가 가격이 떨어지니 서둘러 내놓은 거 아니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매점매석 가능성과 함께 제품의 신선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회사원 강모(49·서울 강남구) 씨는 “중간 유통상이 일정 기간 계란을 창고에 쟁여놓았다가 시중에 풀었다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며 “우리나라에는 유통기한에 대한 규정도 따로 없다니 더욱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는 설 연휴 음식장만에 쓰려고 마트에서 30개들이 판란을 구입했더니 일부 계란이 반쯤 얼어있었다며 매점매석 가능성이나 보관상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는 계란의 유통기한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생산농가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부러 계란을 늦게 출하하면서 생산 시점이나 유통기한을 속일 경우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관행상 30일 정도를 유통기한으로 삼는데, 생산농가에서 일정 기간 물량을 쟁여놓았다가 출하할 경우 정확한 산란일과 유통기한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업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가령 생산 시점이 1월 1일이면 보통은 유통기한을 1월 30일 전후로 표기하지만 생산농가가 출하 시점을 1월 5일로 늦추면서 유통기한을 2월 5일로 표기할 경우 이를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계란 성수기인 설 연휴를 앞두고 물량 부족 현상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외국산 계란 수입 조치와 더불어 대한양계협회 등에도 지속적으로 수급 안정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AI 사태 이후 계속 오르기만 하던 계란값이 최근 외국산 계란 수입 후 엿새 연속 하락하는 등 하락세로 반전하자 일부 생산농가와 유통상들이 쟁여놓았던 물량을 설 연휴 전에 서둘러 쏟아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계란 성수기인 설 연휴가 지나면 계란값이 더 떨어져 자칫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형우 축산관측팀장은 “그동안 일부 생산농가에서 계란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물량을 빨리 풀지 않다가 미국산 계란이 수입되면서 가격이 꺾일 기미를 보이자 설을 앞두고 서둘러 물량을 풀면서 가격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윤혜정 과장은 계란 유통기한과 관련한 우려에 대해 “그동안 국내에는 계란의 유통기한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었다”며 “더욱 안전한 계란이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보관 및 유통조건 등에 따라 적정한 유통기한이 설정·운영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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